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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건이 터진다. 욕을 한다. 화살은 문제의 대통령, 무능한 정치권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건은 반복된다. 나는 무뎌진다. 분노는 냉소로 바뀐다. 그래봤자…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안다.

그러한 인지와 행동의 불일치가 시스템을 방조하고, 힘 있는 자의 횡포를 묵인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희망제작소의 이진순 부소장은 말한다. 그는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공식석상에서 자신을 '성수동에 사는 늦둥이 딸을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다. 사회적 직함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기성세대인 우리는 절망할 자격이 없다고. 기성세대는 세월호의 승무원이라고. 승무원은 갈아탈 배가 없는 거라고. 농담이라도 이민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7월 18일 본행사에 앞서 열린 모의 <노란테이블>에 김병기 10만인클럽 본부장(가운데)이 참여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이진순 부소장(좌측)이 토론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이 행사를 함께 주최하는 시민사회연대회의 이승훈 사무국장이 앉아 있다.
7월 18일 본행사에 앞서 열린 모의 <노란테이블>에 김병기 10만인클럽 본부장(가운데)이 참여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이진순 부소장(좌측)이 토론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이 행사를 함께 주최하는 시민사회연대회의 이승훈 사무국장이 앉아 있다. ⓒ 박형숙

그래서 기획했다. <노란테이블> 프로젝트.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니탓이야' 하는 순간, 나는 무죄! 그렇게 나의 행동은 바꾸지 않고 문제적 상황을 방조해온 결과, 그 총체적 비극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러니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해법을 생각하고 실천해보는 경험을 해보자는 것. 그것을 해본 사람은 안다. 슬픔과 분노가 어떻게 즐거움과 행복이 되는지.

기자도 미리 연습해봤다. 본 행사(맨아래 참조)가 열리기에 앞서 진행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참여한 시험 행사. 노란테이블보가 깔린 책상에 대여섯 명이 둘러앉는다. 토론중재자가 있어 진행을 돕는다. 서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토론에 필요한 도구가 담긴 상자를 연다. 벌집을 연상케 하는 육각형 카드들이 수십 장 담겨 있다.

ⓒ 박형숙

1> '이슈발견카드'에는 우리 사회 각종 문제라고 여겨지는 단어들이 적혀 있다. 가령 공공의료, 온난화, 금융, 에너지, 남북갈등, 식품안전, 고령화-저출산 등등.

ⓒ 박형숙

2> '문제발견카드'에는 문제로 지적한 것의 원인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적혀 있다. 가령 공동체 의식이 없다, 근시안적이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중요성을 모른다, 재정부족 등등.

3> '변화상상카드'에는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들이 적혀 있다. 가령 상식, 생명존중, 소박한 삶, 자치, 관용, 전통 등등.

돌아가면서 카드를 뽑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이다. 그런 뒤 키워드가 뽑힌 카드를 연결하고 연결하다 보면 테이블 위에 하나의 거대한 벌집이 형성된다. 많이 뽑힌 카드가 여왕벌의 위치에 놓인다. 그렇게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원인, 해결 방향을 한 눈에 공유하고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 미션이 하이라이트. 회의를 돕는이는 각자에게 노란색 원판을 나눠준다.

__________________  약속합니다                             
__________________  요구합니다       
                    
위 두 공란에 자신의 약속과 요구를 적을 차례다. 의외로 여기에서 다들 주저한다. 나는 뭘 약속할 수 있지? 내가 요구할 게 뭐지? 정작 약속도, 요구도 명확지 않은 나를 만나기 때문이다. 살짝 '멘붕'.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어본다. 그것이 나의 첫 실천인 셈이다.

 지예리(희망제작소 인턴)씨의 인증샷.
약속합니다, 일회용 컵 사용 대신 텀블러 사용을.
요구합니다,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지예리(희망제작소 인턴)씨의 인증샷. 약속합니다, 일회용 컵 사용 대신 텀블러 사용을. 요구합니다,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 박형숙
그리고 인증샷. '나의 약속과 요구' 사진을 노란테이블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곳에는 다른 이들의 약속과 요구가 집합되어 있다. 그렇게 천개의 행동, 천만의 행동이 모여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보자는 것이 <노란테이블>이 지향하는 바다.

이른바 DIY(do it yourself)형 토론의 확산. 이렇게 시민토론의 플랫폼이 구축되면 시민의 제안을 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 전달해 민관협력을 유도하는 작업으로 이어간다. 긴 호흡으로 줄기차게.

시민이 주인공이다 라는 말. 생각이나 말로만 하지 않고 실제로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 그게 바로 노란테이블의 작전명이다.

*덧붙임: 해보니 재밌다. 놀이 같다. 카드판을 벌인 기분도 든다. 토론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다. 상대를 제압하는 베틀로서 토론을 경험해온 터다. 공감과 합의가 낯선 우리의 토론 현실을 확인하는 자리. 톡 까놓고 놀아보시길.

이은미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요"
ⓒ 노란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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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테이블 참가 안내

일시 : 2014. 7. 18. (금) 오후 18:30-22:00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수운회관
참가자 : 연령 성별 지역 불문 시민 300명
참가비: 무료
참가신청: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http://www.makehope.org/
주최 : 희망제작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세월호참사 성찰과변화위원회
후원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문의 : 희망제작소 이진순, 유혜승 02-2031-2198




#노란테이블#세월호#이진순#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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