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5월부터 3개월간 열린 여수박람회 때 많은 주목을 받은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흰고래 벨루가 루이(6), 루오(5), 루비(4)다. 여수박람회 개장에 맞춰 러시아 틴노연구소와 울산고래연구소, 한화해양연구센터가 공동연구를 목적으로 이곳에 데려왔다.
해외의 경우, 번식을 목적으로 한 고래 인공 번식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생리학적 고래 연구 실적조차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국내 고래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년이 된 벨루가의 생태 연구는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지난 2일 여수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여수에 온 지 2년, 벨루가 연구 어디까지 왔나
"캬~악 캬~악."한참 공연중인 벨루가에 관중들이 몰입해 있다. 수컷 루이와 루오는 그야말로 인기 최고. 2012년 여수박람회 당시 이곳을 다녀간 인파만 230만 명에 달하며, 작년에는 1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암컷 루비는 현재 수컷들의 격한(?) 애정공세로 수조에 격리되어 있다는 게 관계자 측 설명이다.
벨루가는 1000톤의 바닷물이 저장된 10m 수조에서 지내며 생태연구와 동시에 공연도 한다. 벨루가 3마리에 전문 아쿠아리스트만 9명이다. 현재 국내에 흰고래 벨루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모두 두 곳, 거제 씨월드와 여수박람회장 뿐이다(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들어갈 예정인 고래는 현재 임시보관중이다). 이중 연구 목적으로 들어온 곳은 여수가 유일히다.
입을 벌려 소리를 지르는 듯 보이지만 고래는 성대가 없다. 대신 머리 뒤쪽에 있는 '분기공'이라는 작은 구멍에서 소리가 터진다. 벨루가가 수면 위로 나왔을 때 사람의 입술처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기회성 포식자 벨루가는 하루 18kg 이상을 먹어 치우는데, 현재 수컷은 330cm, 몸무게는 600kg이다. 그보다 10cm 작은 암컷 루비는 540kg이 나간다(벨루가는 최대 길이 6m, 몸무게는 무려 1.6톤 이상 나간다). 원래 회색 또는 밤색으로 태어난 벨루가는 한 달 후면 자신의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피부를 한 겹 벗는다. 그래서 7살에서 10살이 되면 완벽한 흰고래로 변한다. 그 이유는 성장하면서 줄어든 멜라민 색소 때문이란다.
그동안 진행된 연구는 크게 세 가지다. 행동연구, 생리학적 연구, 음파연구다. 메디컬 트레이닝을 운영해 한 달에 한 번씩 검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생태연구를 위해 성장과 건강 상태를 돌본다. 고래에서 혈액과 샘플을 채취해 성숙상태를 파악하고 질병이 생기면 치유 과정도 관리한다.
또 고래는 초음파로 움직이는 동물이기 때문에 소음 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같은 과정을 24시간 녹화해 고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연구진은 매년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축적한 연구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그 결과, 흰고래 건강 혈액 수치를 보유하게 되었단다. 고래에게 질병이 발생할 시 핼액을 채취해 연구함으로써 질병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혈액 수치가 안 좋게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흰고래의 컨디션을 지켜주면서 고래의 자발적인 채혈 노하우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학대공간 취급 아쉬워" vs. "고래 연구 야생에서 해야"
울산고래연수소 김두남 박사는 '한·러 간 이번 연구가 고래에 대한 미지의 영역을 파헤칠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그것은 약간 과장된 것"이라며 "벨루가는 아쿠아리움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야외 자연 상태의 (고래)행동과 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박사는 "기본적으로 러시아 틴노와 저희랑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목적은 인공증식에 있다"면서 "아쿠아리움에서도 자연 상태처럼 충분히 성숙해 인공번식이 가능한지를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틴노는 그런 조건으로 벨루가를 여수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암컷이 수컷이랑 어울리지 못해 별도로 수용되어 있어 아직 몇 년은 더 성숙되어야 더 많은 생태 정보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공일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흰고래 벨루가는 원래 찬 북극지방에 사는 국제적 멸종 위기종이다.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가 파괴되어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곳 여수박람회장에서 3년간 벨루가를 지켜본 여연희(31·한화 포유류파트장)씨는 "그동안 벨루가 행동이 다양해졌다"면서 "국내에서 고래 연구가 보다 빨리 진행되었다면 죽은 새끼고래 장생이 같은 실패는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고래 전문 인력이 없기 때문에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생이 사건(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아기 돌고래 장생이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폐사한 일) 후 수족관이 학대공간처럼 비쳐지는 건 곤란하다, 좀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제돌이 같은 경우 불법포획 논란 때문에 방사한 것이고, 여수 아쿠아리움 고래는 연구목적으로 데려온 것이다, 제돌이처럼 불법포획으로 비쳐지는 게 속상하고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래를 연구 목적으로 들여오는 것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활동가는 "한정되어 있는 개체인 고래를 각 나라마다 고유한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 가둬서 연구한다는 게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아닌가 싶다, 그게 얼마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게 고래의 야생성 회복을 위한 연구는 아니지 않나, 따지고 보면 이런 연구 역시 고래를 사육할 때의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거 아닌가. 고래 연구 역시 야생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며 "수조에 가둬 놓은 상태에서 큰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