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커피 값이 올라서 '사이즈 업' 해드려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도 한참 지났지만 매장 안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스타벅스는 이날부터 커피 값을 200원씩 올리는 대신 1주일간 '사이즈 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3900원에서 4100원으로 오른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주문하면 500원 더 비싼 '그란데 사이즈'로 마실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장 300원 이익이지만 1주일 뒤엔 제값을 주고 마셔야 한다.
3천 원짜리 아메리카노 1잔, 15년 만에 4천 원대스타벅스 커피 값은 늘 논란거리다. 지난 2010년 1월과 2012년 5월 각각 300원씩 올린 데 이어 최근 2년마다 야금야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1999년 신촌 이대점 첫 출점 당시 3000원 하던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은 15년 만에 4100원으로 36% 이상 뛰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인건비와 매장 임차료 상승분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환율이 하락하고 국제 원두 값도 떨어졌는데 커피 값만 올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커피 값 인상에도 스타벅스 매장 숫자와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99년 1호점으로 시작해 2007년 4월 200호점, 2012년 5월 500호점을 돌파했고 2014년 현재 전국에 600여 개 매장을 갖고 있다. 그 사이 50여 명이던 직원 수도 6500여 명으로 늘었다.
매장 증가와 함께 커피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 지난 2011년 한해 아메리카노만 2천 만 잔을 팔았고, 지난해엔 3천 만 잔을 넘겼다. 자체 판매량 2위인 카페라떼도 2년 사이 1350만 잔에서 1670만 잔으로 300만 잔 이상 늘었다.
매장 숫자는 지난해 10월 1000호점을 넘긴 이디야커피를 비롯해 전국에 900여 개 매장을 갖고 있는 엔젤리너스, 카페베네 등에 뒤지지만 체감 숫자는 다르다.
카페베네보다 스타벅스가 눈에 더 잘 띄는 이유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확장하는 공격적 출점 전략이다. 현재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절반 정도인 300여 개가 서울에 몰려있고 그 가운데도 종로와 강남 테헤란밸리 등 업무 중심 지구에 집중돼 있다.
송규봉 GIS유나이티드 대표는 지난 2004년 '비즈니스 GIS 1'이란 책에서 "2003년 말 스타벅스는 전국에 80여 개 있었는데, 서울시에만 56개, (그 중) 강남구에 18개, 테헤란로에 11개 매장을 집중적으로 입점시켰다"며 "특정지역 하나를 확실한 거점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매장을 오픈한 후에 차츰 관심 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카페베네, 엔제리너스커피,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등 경쟁사들은 지난 2012년부터 기존 매장에서 500m 이내 신규 출점이 제한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체인점 중심인 경쟁사들과 달리 직영점 위주여서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덕분에 스타벅스는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과 종각역 부근, 명동 일대에만 각각 10개가 넘는 매장을 집중 배치할 수 있었다. 반면 이 일대에 다른 대형 커피점들은 간간이 눈에 띌 뿐이고 테이크아웃 중심의 소형 커피점들만 틈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3천 원이든 4천 원이든, 쾌적한 공간에서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즐기려는 도심 직장인들에겐 스타벅스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