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이후 유속이 느려진 강에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면서 금강은 몸살을 앓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금강 전역은 큰빗이끼벌레의 사체로 가득했다. 공주보와 백제보도 녹조로 뒤덮였다.
지난 16일,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총 42km 구간에서 육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을 뺀 31개 지점을 1km마다 1㎡ 단위로 나눠 큰빗이끼벌레 서식현황 분포도 및 서식밀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 조사에는 여길호 환경운동연합 습지위원과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 이경호 정책국장,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이 동행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 이날 조사에서는 공주보 하류 1km 지점과 세종보 하류 1km 지점을 벗어난 전 구간에서 1㎡ 면적 당 작은 것은 야구공 크기 큰빗이끼벌레 2~3개체에서 축구공 크기 1~2개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 구간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사체가 떠다니는 것이 목격됐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을 끌어올리자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가 가득 차 있었다. 한 그물에서는 성인 남성 2명이 들었을 때 무게 80kg 정도 되는 큰빗이끼벌레가 확인되기도 했다.
31℃까지 치솟은 날씨에 백제보와 공주보 사이 구간은 녹조로 뒤덮였다. 조사단은 눈이 따갑고 악취와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한 조사단은 1km 지점마다 내려서 도보로 200~300m를 이동했다. 사람 키를 훌쩍 넘어버린 수풀을 헤집고 강변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벌에 쏘이고 뱀에 놀라기도 했다.
고은아 사무처장은 "백제보부터 합강리까지 구간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 구간에서 주먹 크기부터 축구공을 능가하는 크기까지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 처장은 "일부 지점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바닥 전체를 덮고 있어서 금강의 수생태가 심각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았다"며 "악취가 풍기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녹조가 강물을 덮으면서 바닥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물 위에 녹조 층이 1cm 가까이 두껍게 덮힌 구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 처장은 "수자원 공사에서 녹조나 큰빗이끼벌레를 제거하겠다고 양식장에서 물고기에 산소를 불어넣기 위해 사용하는 수차를 보마다(금강의 경우 백제보·공주보·세종보 각 1개씩) 돌리고 있는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라도 원래의 모습으로 물을 흐르게 해서 유속으로 정체구간을 해결하지 않으면 강은 죽음의 공간으로 인간과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사를 끝내고 만난 한 방송사 PD는 "15~16 양일간 잠수부까지 동원하여 수중카메라를 들고 물속조사를 했는데, 물이 탁해서 영상을 찍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물 가장자리에 큰빗이끼벌레 사체가 많은 지점은 그만큼 물속도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단은 육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지점 등 이날 조사에서 빠진 구간에 대해서 빠른 시간에 보트를 동원해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금강 큰빗이끼벌레 서식현황 분포도 및 서식밀도 조사 결과를 지도로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