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섭다. 진짜 어쩌냐? 나, 살고 싶어."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안에 있던 단원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3개월 만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울려 펴졌다. 차량에서 영상이 상영되자,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췄다.
서명 운동을 하고 있던 희생 학생 어머니들은 차마 볼 수 없다며 눈을 감았지만, 아이들의 살려달라는 목소리 때문에 또 울었다. 단식농성을 하던 아버지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광화문 광장에 시위하러 온 티브로드 노조원들도 시위를 멈추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17일 오후 광화문 광장 앞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오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4·16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좀 더 많은 국민이 참석할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이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일부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영상이었다. 침몰하는 배 안에 있던 남학생들의 발랄하면서도 겁먹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광화문 일대는 일순간 울음바다로 변했다.
"자 이거 보세요, 지금 배가 60°로... 진짜 무섭습니다"첫 번째로 상영된 미공개 동영상은 고 김동협군이 당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담아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 초반에는 동협군과 친구들이 급박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애써 괜찮은 척 농담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며 웃기도 했다.
"자, 이거 보세요. 지금 배가 60°로 기울었습니다.""아 놔, 구명조끼 입어야겠네. 자, 내가 입은 구명조끼가 말이지... 아, 1994년도에 만들어진 거야. 뭐, 이렇냐?"초반에는 다른 학생들을 촬영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동협군은 영상 중반으로 갈수록 '무섭다', '살고 싶어', '어떡해'라는 말을 반복하는 등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무섭다 진짜 어쩌냐. 나 살고 싶어.""진짜 무섭습니다. 나 무섭다고."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동협군과 친구들은 화를 내거나 절박한 목소리로 살고 싶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해경이 왔다고 하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입니까"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던 동협군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겁에 질린 동협군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화를 냈다.
"나, 이거(배에서) 나가면 뉴스에 다 뿌릴 거야. 나 진짜 무섭다고. 아, 진짜 내가 뉴스에 뿌릴 려고 욕은 못하고 있는데. 왜 구조대가 빨리 안 구해주냐고. 나 구해달라고. 진짜 이거 뿌려서 가만 안 둘 거야."살려달라고 울기도 하고 화도 내는 동협군과 친구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영상에서는 배가 아예 90도로 꺾인 모습이 보였다.
"자, 지금 보니깐 배가 85° 기울어 있습니다." "디지기(죽기) 싫어요." "아, 이제 이런 상황에 적응했다."두 번째 영상 초반에는 "그래도 해경이 왔데"라며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희망 섞인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서로 핸드폰을 주고받으며 서로 모습을 동영상에 담던 학생들은 시간이 흐르자 "나 내리고 싶어. 진심이야. 이렇게 진심으로 말해 본 적 없어"라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야, 우는 애들도 있대. 구명조끼 입을까. 너도 입을래. 나도 입어야겠다"라고 서로 걱정하는 모습도 담겼다. "엄마한테 전화해 볼까.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라는 한 학생의 떨리는 목소리에 시민들과 유가족이 모인 광화문 광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세 번째 영상에서도 단원고 학생들은 "야, 그렇게 하면 위험해. 저리 앉아 있어"라며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한 학생이 "동생아, 넌 수학여행 가지마. 나처럼 된다고"라며 가족을 그리워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 영상에서 한 학생은 라임을 넣어 랩으로 긴박한 상황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선장은 무엇을 하냐. 배에 물이 차는데 구조는 안 오네. 살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다.
제헌절날, '헌법 제10조 인권 보장 의무' 강조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를 비롯해 문정현 신부, 박성렬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이 제헌절인 만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되새기며 '4·16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는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왜 아이들이 죽었는지 알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라며 "350만 명의 서명이 있다.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서명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동행명령권 정도가 아니라 기소권과 수사권이 확보된 별도의 특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문정현 신부도 "이번에는 나라가 바로 서겠지 생각을 했는데 (참사 이후) 백일이 가까워 오는데도 아무런 진전이 없으니 팔팔 뛰다 죽을 일"이라며 "오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꼭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의 인권 보장 의무가 있지만, 세월호 침몰 당시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올바른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가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송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