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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 무성한 김규열 씨의 백아산 자락 복숭아 과원. 닭이 맘껏 돌아다니며 풀을 뜯으며 벌레를 잡아 먹고 있다.
풀이 무성한 김규열 씨의 백아산 자락 복숭아 과원. 닭이 맘껏 돌아다니며 풀을 뜯으며 벌레를 잡아 먹고 있다. ⓒ 이돈삼

과원에 잡초 무성하다. 그 풀밭을 닭이 헤집고 다니며 풀을 뜯어먹고 있다. 지렁이와 땅강아지 같은 벌레도 잡아먹는다. 과원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누렁이도 보인다. 저만치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밭주인은 과원에서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솎아주고 있다. 더 많은 영양분을 열매로만 보내기 위해서다. 튼실한 과실을 얻으려는 지난한 작업이다.

지난 13일, 비 갠 틈을 타서 찾아가 만난 김규열(58) 씨의 과원 풍경이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고향인 전남 화순의 백아산 자락으로 돌아온 귀농인이다. 1974년 돈벌이를 찾아 고향을 떠난 지 35년만이었다. 지금은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한우와 닭을 키우고 있다.

 백아산 자락으로 귀농한 김규열 씨가 복숭아 과원에서 가지치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백아산 자락으로 귀농한 김규열 씨가 복숭아 과원에서 가지치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이돈삼

 백아산 자락에 들어앉은 김규열 씨의 집. 귀농하면서 지은 집이다.
백아산 자락에 들어앉은 김규열 씨의 집. 귀농하면서 지은 집이다. ⓒ 이돈삼

김 씨는 서울 인근에 살면서 전자회사에 다녔다. 봉제공장을 차려 20년 동안 운영도 했다. 파주에 살 때는 금형공장을 하면서 부업으로 한우를 길렀다. 복숭아 재배도 해봤다. 한편으로는 농축산 교육을 받으며 귀농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공장 운영이 어려웠어요. 그동안 고생도 할 만큼 했다 싶었죠. 편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려왔고요. 근데 편안하지 않네요. 고생길이에요."

김씨의 말이다.

 김규열 씨 과원의 복숭아. 백아산 자락에서 소와 닭, 개가 함께 키운 과일이다.
김규열 씨 과원의 복숭아. 백아산 자락에서 소와 닭, 개가 함께 키운 과일이다. ⓒ 이돈삼

 복숭아나무 앞에 선 김규열 씨. 고향을 떠난 지 35년 만에 돌아와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복숭아나무 앞에 선 김규열 씨. 고향을 떠난 지 35년 만에 돌아와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 이돈삼

김 씨는 백아산 자락에 5만㎡의 터를 마련하고 귀농 봇짐을 풀었다. 바로 보금자리 만들기에 나서 집을 지었다. 동시에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비스듬히 심어 햇볕을 오래, 고루 받도록 했다. 품종도 조생종과 중생종, 만생종을 적당히 섞어 600주를 심었다. 수확기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해가 가면서 과실이 하나씩 열리는 게 신기했다. 과육이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것도 재미를 주었다. 현재 복숭아 재배면적은 2만㎡ 가량 된다.

귀농 이듬해부터선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분을 직접 생산해 복숭아밭에 뿌려주기 위해서였다. 과수에 우분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한우는 지금 새끼와 어미 80두를 기르고 있다. 덕분에 화학비료 한 줌 쓰지 않고 복숭아를 재배한다.

 김규열 씨가 키우고 있는 한우. 먹이로 백아산 자락에서 얻은 갈대와 억새를 주었다.
김규열 씨가 키우고 있는 한우. 먹이로 백아산 자락에서 얻은 갈대와 억새를 주었다. ⓒ 이돈삼

복숭아밭의 잡초 방제를 위해 닭도 들였다. 토종닭 120마리를 풀어 놓았다. 이 닭이 과원을 누비며 풀을 뜯어 먹는다. 지렁이, 땅강아지는 물론 과수에 해를 끼치는 곤충과 애벌레를 모조리 잡아먹는다.

솎아낸 과일을 쪼아 먹으며 포식을 한다. 습성대로 땅을 파헤치며 밭을 일구는 것도 닭의 몫이다. 자연스럽게 땅이 푸석푸석해지며 숨쉴 공간이 만들어졌다. 닭이 노닐면서 여유를 안겨주는 건 덤이다.

산짐승으로부터 닭과 소를 보호하기 위해 개도 8마리 키우고 있다. 성질이 온순한 개들은 풀어놓고 닭을 보호하는데 투입했다. 비교적 사나운 개들에게는 한우 축사를 지키는 임무를 맡겼다. 개들은 아직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동물들의 노동력 착취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더니 "그런 셈"이라며 그가 웃는다.

 김규열 씨의 복숭아 밭과 닭. 배를 채운 닭이 잡초 무성한 복숭아밭에서 쉬고 있다.
김규열 씨의 복숭아 밭과 닭. 배를 채운 닭이 잡초 무성한 복숭아밭에서 쉬고 있다. ⓒ 이돈삼

 김규열 씨가 키우고 있는 누렁이. 복숭아밭에서 노니는 닭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규열 씨가 키우고 있는 누렁이. 복숭아밭에서 노니는 닭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이돈삼

김씨는 이렇게 소와 닭, 개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지으며 지난 2011년부터 복숭아를 따고 있다. 올해도 이달 말부터 수확을 시작해 9월 말까지 딸 예정이다. 다른 지역의 복숭아가 한창 출하되는 것과 달리, 수확이 늦은 편이다.

"백아산의 기온이 많이 낮아요. 평지보다. 그래서 복숭아 수확도 늦어요. 대신 당도는 훨씬 높아요. 평지의 것보다 3∼4도브릭스는 더 높죠. 햇볕을 고루 받고 일교차도 큰 덕분이에요. 나무도 이제 청년기에 접어들고요."

김 씨의 자랑이다.

그는 이 복숭아를 도시 소비자와 직거래하고 있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문을 받아서 보내준다. 맛을 본 지인들의 소개로 고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도 거들고 있다. 금명간 수도권에 직판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백아산 자락에 들어선 김규열 씨의 복숭아밭. 집과 한우 축사를 이어주는 길이다.
백아산 자락에 들어선 김규열 씨의 복숭아밭. 집과 한우 축사를 이어주는 길이다. ⓒ 이돈삼

 김규열 씨가 그만의 농사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닭이 맘껏 노닐고 있는 복숭아밭을 배경으로 서 있다.
김규열 씨가 그만의 농사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닭이 맘껏 노닐고 있는 복숭아밭을 배경으로 서 있다. ⓒ 이돈삼

"농사짓는 게 생각보다 힘드네요. 근데 보람은 있어요. 모든 게 내 손끝에서 이뤄지잖아요. 땀을 쏟은 만큼 수익도 있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거움이고요. 이게 시골에 사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서 귀농인의 삶과 보람이 묻어난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몸도 자유롭고요. 공기 좋은 데서 살며 함께 일하는 보람이 이렇게 큰지 몰랐어요. 이게 행복이겠죠."

김 씨의 부인 최연순(54)씨도 환하게 웃는다.

 김규열 씨와 최연순 씨 부부. 하던 일을 잠시 멈춘 채 쉬고 있다.
김규열 씨와 최연순 씨 부부. 하던 일을 잠시 멈춘 채 쉬고 있다. ⓒ 이돈삼



#김규열#최연순#복숭아#귀농#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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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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