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기 정비 산업 전무, 연간 5940억 원 해외업체 지불2012년 기준 국내 항공기 산업의 생산규모는 약 27억 달러로 2007년부터 5년간 연평균 7.7% 성장했다. 2012년 수출 규모는 13억 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민항기 부품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면서 군수(군사 물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고, 대신 민수(민간 물자) 분야 항공기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7위 항공기 산업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대책으로 2010년 1월 '항공 산업 발전 기본계획'과 '항공 산업 지역별·기능별 발전계획' 그리고 '10대 항공핵심기술 선정 및 항공분야 연구·개발(R&D)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항공 산업 발전 기본계획'에 보면, 1단계(완제기 본 개발 착수 이전 시기)로 항공기 제조는 경남, 항공기 정비 서비스사업(MRO)은 부산, 연구·개발은 대전을 각각 핵심거점지역으로 지정했다. 유망거점지역으로는 항공기 제조 부산·경북, MRO 충북으로 각각 지정했다.
2단계(완제기 개발이 본격 추진되는 시기)는 항공기 제조 유망거점지역으로 전북을, 연구·개발 유망거점지역으로 경기·전남을 각각 지정했다. 3단계(군수 MRO 아웃소싱과 민수 MRO가 확대되는 시기)는 MRO 핵심거점지역으로 충남을, 유망거점지역으로 대구·인천을 각각 지정했다.
정부는 2020년 항공기 산업 생산규모의 목표를 200억 달러[완제기 35억, 부품 66.2억, MRO 86.3억, RSP(=국제공동개발) 18.7억 달러]로 했다. 이중 가장 큰 분야가 MRO분야다. 2012년 기준 국내 민간 MRO 규모는 연간 약 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17년 세계의 MRO 시장 규모는 무려 600억 달러(Aviation Week MRO Forecast 자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중 아시아·태평양 시장 규모만 153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아ㆍ태지역의 경제규모 성장에 따른 항공 수요의 증가와 많은 저가 항공사의 출현에 근거한다.
실제로 저가 항공사 대부분이 MRO 부분을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어, 최근 수년 사이 MRO 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군수 분야와 항공사의 자체 정비를 제외하고는 민간 MRO가 전무한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새누리, 고양·덕양구을) 의원이 2013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전문적인 항공기 정비업체가 없어 2012년 한 해에만 정비 비용 5940억 원을 해외 업체에 지불했다.
국내에는 항공기 정비 산업 인프라가 부족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인접한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으로 항공기를 보내 정비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민간 MRO 최적지항공수요가 증가하고 국내 항공 산업이 성장하면서 항공기 정비 산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MRO 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남지역에서는 부산과 사천·진주, 대구, 영천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충북에서는 청주가 가세했다.
부산시는 정부 계획에 맞춰 2012년 11월 '부산 항공 산업 비전 2020'를 발표했고, 경남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사천과 진주 일원 435만 8000㎡에 국가항공산업단지 인가를 앞두고 있다.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청주공항 인근 에어로폴리스에 MRO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진주·사천 등 경남의 항공 산업 집적도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전국 생산액의 84.5%, 사업체 수 61.7%, 종사자 수 70.0%에 달한다. 이는 KAI를 중심으로 한 군수분야 항공 산업이 집적돼있는 데 기인한다.
인천은 하루 800편 이상의 항공기가 오가는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어 민간 항공기 정비 수요가 많은 곳이다. 때문에 국내 MRO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인천에 민간 MRO 산업단지를 조성해야한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2010년에 미국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P&W(Pratt & Whitney)사의 계열사 UTIC-Asia(United Technologies International Corporation-Asia Private Limited)와 합작(대한항공 지분 90%)해 아이에이티(IAT)를 설립했다.
아이에이티는 올해 7월 영종도 6만 7535㎡(약 2만 429평)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엔진정비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1200억 원이고, 완공시점은 내년 7월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10대 엔진정비업체에 꼽히는 정비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종도에 엔진정비센터가 설립되면 B777ㆍA380을 포함해 2016년 도입 예정인 B787 등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엔진을 독자적으로 정비할 수 있게 된다. 2020년까지 연간 200대 수준의 엔진 정비서비스로 약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KAI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또한 영종도를 민간 MRO 산업단지의 최적지로 꼽고 있다. KAI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일본항공과 MRO를 위한 공동 협력과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부지만 조성되면 바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다.
KAI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인천공항 부지에 MRO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부지가 있으며, 장기임대 또는 현물투자 방식의 지분투자 참여를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MRO 유치해 항공산업 메카로 키워야... 산업단지 부품업체 시너지 효과 기대인천시도 MRO 유치에 적극적이다. 인천시는 올해 4억원을 투자해 인천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인천항공산업기술혁신센터를 설립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영종도에 항공안전기술센터를 유치했다. 앞서 인천발전연구원·인천국제공항공사·인하대학교·인천테크노파크와 함께 '인천 항공 산업 육성 추진단'을 구성했다.
영종도에 MRO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자동차 부품산업이 발달한 남동공단과 부평·주안공단 그리고 인근 시화공단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기술력을 향상해 항공기 부품을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산시가 정부 계획을 토대로 2012년 11월 발표한 '부산 항공 산업 비전 2020'을 보면, 항공부품소재산업 육성에 따른 기대효과 1조 5000억 원, MRO 육성에 따른 효과 1조 8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10년 후 경제적 효과는 14조 4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기술부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회사가 항공기 부품을 제작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산학 협력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품질을 인정받아야한다. 인하대가 가지고 있는 항공우주분야 능력과 자동차 부품 업체가 가진 기술력, 대한항공 등이 가진 기술력을 결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항만공항정책과는 "지난주에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가 인천이 MRO의 최적지라고 거듭 설명했다. 여러 지자체가 현재 MRO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군수분야라면 몰라도 민항기 분야는 인천이 최적지다. 인천공항을 가장 많은 비행기가 이용하는데 여길 두고 다른 데로 가라고 하면 국가적으로 손해"라며 "올 가을 산업통상자원부가 MRO 관련 산학융합지구를 공모한다. 현재 인천시와 인천항공산업기술혁신센터, 인하대가 같이 참여하기로 했고, 인천공항공사에도 제안해 함께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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