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열정과 짧은 만남 끝에 이루어지는 사랑. 이와는 반대로 차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푸근함을 느끼는 사랑. 여러분은 어떤 사랑이 좋으며, 어떤 사랑을 꿈꾸고 원하시는지요?
여기,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불타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나누는 사랑도 아니며, 원초적인 본능에 의한 동물적인 사랑도 아닙니다. 생태적인 자연환경에 의해 일어나는 식물의 아름다운 사랑. 한 시간 동안 벌어지는 그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지난 16일. 비 온 뒤 경남 거제도 하청맹종죽테마파크 숲을 찾았습니다. 키가 큰 대나무는 하늘을 덮을 정도로 울창했으며, 습기를 머금은 땅은 버섯이 자라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땅에서 습한 기운이 올라오지만, 그래도 대숲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 망태버섯 망태버섯이 한 시간 동안 자라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편집하였습니다.
|
ⓒ 조한호 |
관련영상보기
|
그런데, 눈앞으로 하얀 버섯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가만히 보니 '망태버섯'입니다. 망태버섯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주로 대나무 숲이나 잡목림의 땅에 자라는 버섯입니다. 이 버섯은 버섯갓의 내면과 버섯대 위쪽 사이에서 백색의 망사 모양의 망태가 확 퍼지면서 땅 위까지 내려와 화려한 레이스를 쓴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두 눈으로 보기에도 화려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이 버섯은 먹을 수는 없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고 합니다.
망태버섯은 한 시간 동안 자신의 몸을 변화 시키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랑의 몸부림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려한 모습으로 변하는 망태버섯의 신비로움. 사람이 나누는 그 어떤 사랑도 이보다는 더 화려하게 변신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짧은 시간,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할까요? 한 달도, 일 년도 아닌, 한 시간 안에 사랑을 불태우고 생명을 버리는 자연의 신비스러움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연결하여 짧은 동영상 한 편을 만들었습니다. 망태버섯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짧은 시간, 영상과 사진으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