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실망입니다. 왜 <오마이뉴스>같은 매체에서 조차 제대로 검증을 해주지 않나요?"7월 18일 오후 10시쯤, 진보진영 인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비단 이뿐 아니라,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기자의 휴대전화에 쇄도했다. 그중에는 지역언론의 30대 기자와 50대의 중견언론인, 노동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있다.
요지는 이렇다. 6·4 지방선거와 7·30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력화된 후보자들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어제 온 전화는 '울산 문수산 개발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지난 16일, 업체에게 23억 86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였다. 당시공시지가로만 계산해도 이 판결로 20억1400만원이 공중에 사라졌다. (관련기사:
<울산 문수산 개발 의혹, 수십 억 공공재산 공중으로>)
지난 2006년 조례가 개정된 후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됐고, 업체가 인허가 조건으로 내건 당시 공시지가 44억 원의 땅이 민사재판을 통해 확 줄은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부지가 현재 5~6배나 가격이 올랐다.
전화를 해온 이는 언론들이 이 판결을 두고 '잃어버린 재산을 법원이 찾아준 승소'라고 보도하고 있는 데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들이 나서 당시 결재권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선거 때 제대로 된 견제 없으면 결국 손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이 사건 뿐 아니다. 울산에서 공중으로 사라진 공공재산은 또 있다. 울산 최고 요지에 있는 공영주차장 부지가 조례 개정 후 용도변경됐다. 그곳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일이다.
업체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 울산배구협회장과 지역 일간지 사장 2명, 현직 시의원 등이 실형을 살았지만 막상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에 포함됐을 로비자금 24억여원은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시행사로부터 26억1000만 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로비스트는 수사과정에서 끝내 함구했다. 돈의 행방과 관련해 공무원들과의 유착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끝났다. 그는 입을 다문 후 2년 4개월의 실형을 마치고 만기출소했지만 로비자금의 종착지는 미궁에 빠졌다. (관련기사:
< 울산서 사라진 로비자금 26억 찾을 수 있을까>이같은 울산 삼산동 공영주차장 아파트용지 변경 사건에서 발생한 로비자금은 2011년 항소심에서 추징금이 24억4000여만 원으로 낮아졌다. 결국 앞의 두 사건을 합해 현재 울산에서 공중으로 사라진 돈만 해도 44억5400만원에 달한다.
경사도와 입목도 등으로 개발 규제에 묶여 있던 문수산에 대규모아파트단지가 들어서도록 조례가 개정된 건 2006년, 수십 억원의 로비자금이 뿌려지면서 삼산동 공영주차장 부지가 주거용지로 변경된 건 2007년, 공교롭게도 당시 결재권자는 3선을 한 박맹우 전 울산시장, 그리고 도시국장은 신장열 현 울주군수다.
박맹우 전 시장은 올해 3월, 6월까지가 임기인 시장직을 조기사퇴하고 새누리당 후보로 7·30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신장열 울주군수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6·4 지방선거에서 앞도적인 표차로 3선에 성공했다.
기자에게 전화를 해온 30대 지역신문 기자는 "언론들이 모두 눈감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당신이 직접 취재해보지"라고 묻자 "선배, 제 입장 잘 아시잖아요"라고 답했다. 중견 언론인도 마찬가지로 "해당 지자체에 조만간 사업권으로 논의할 일이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같은 지역언론인들의 입장은 다소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한 때 언론들의 주 감시대상이었던 지자체였지만, 지금은 갑과 을이 바뀐 모양새다. 그 배경은 울산이 광역시가 되고, 또한 원전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데 있다. 재정이 열악한 환경의 언론들은 '광고' 혹은 '사업'이라는 덫에 걸려 있고, 기자들은 회사의 지침을 거부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지역언론의 한 편집국장이 이같은 지자체와 언론관계의 실상에 대해 토로한 것은 이를 잘 입증해 준다. (관련기사:
<지역일간지 편집국장 "돈으로 길들이는 외부검열 심하다" 고백>유력 정치인의 독선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견제 필요해앞서 울산시 도시국장을 지낼 당시 각종 의혹 사건의 결재선상에 있던 신장열 울주군수는 지난 2008년 10·29 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후 취임 1주년을 맞아 신고리원전 5~6호기를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밝힌 후 결국 성사시켰다. 주변이 원전에 둘러싸여 있는 상태라 시민사회의 반발이 컸지만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다시 6·4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3선에 성공한 그는, 야당들이 탈원전을 외치는 와중에서도 1753억 원의 예산으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당초 계획한 66만㎡보다 37만㎡가 늘어난 103만7200㎡ 규모의 원자력융합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앞서 두 사건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도로 공해도시로 돌아간다'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강한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10년만인 지난 2011년 석유화학공단의 가동연료로 고황유 사용을 허용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박맹우 전 시장은 지난 2012년 10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국감 의원들이 울산시에서 벌어진 각종 개발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버럭' 하며 언성을 높이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당시 취재에서는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마저 무척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기사:
<국감 의원들 질타에 '버럭'한 울산시장>지금은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