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첫소절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되는 애국가를 기역 니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불러왔다. 그런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가는 데 우리의 영토가 아닌 중국을 통해 장백산을 찾아가야 하는 안타까움이 여행 시작부터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무튼 이는 역사적인 사건과 국제 관계로 인해 어쩔수 없다 생각했다. 중·고등학생들인 조카들과 추억을 만들겠다고 여행 계획을 수립한 막내 동생 내외와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에 몸을 실은 것이 지난 13일 오전. 약 2시간 반 뒤에 도착한 곳이 중화인민공화국 길림성 연변자치주 연길시 국제공항이었다.
(*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여기서는 백두산을 고집해 씁니다.) 연길시는 한국의 차이나 타운?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역시나 조선족 출신의 현지여행사 직원이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우선 어디를 가나 가이드의 첫 멘트는 비슷한 것 같다.
"여러분이 도착한 공항은 조선족 연변 자치주에 속해 있는 연길 국제공항이고 이곳 연길시의 인구는 약 42만 명이며 조선족이 5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장백산 산문이 있는 이도백하까지는 대절버스로 약 네 시간이 소요되겠습니다."
시내를 통과하는 동안 펼쳐지는 길거리의 간판은 거의 100%가 한글로 우선 표시되고 한글아래에 한자를 사용했다. 이런 거리풍경을 보고 감수성이 예민한 고1 조카가 "중국에 온 건지, 한국의 차이나 타운에 온 건지 헷갈린다"라고 한마디 한다.
백두산 관광의 전진기지 '이도백하'연길 시내를 통과하고 독립운동의 전진기지 같았던 용정을 지나 자작나무숲과 장백송(미인처럼 생겨 미인송이라고도 함)이 많은 청정한 숲길을 따라 네 시간을 달렸다. 우리의 성산 백두산을 중국인 자기들 나름대로 부르는 장백산 산문 근처의 이도백하라는 관광촌에 도착한다.
이도백하는 백두산 관광지구의 주요 전진기지 같았다. 중국말로 반점, 병관 등으로 불리우는 호텔과 음식점, 안마시술소,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보양식품 판매업소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는 곳마다 시설공사가 한창인 것을 보아 관광산업을 통해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오후 이른 시간에 이도백하에 도착했으니 바로 숙소로 가기는 너무 이르다는 가이드의 꼬임(?)에 넘어가 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여섯명 일행이 예약한 발 마사지 업소에 들어가 발 마사지를 받고난 아내가 "한국에서 10만 원짜리 경락 받은 것 같다"고 한다.
역시 여기에서도 발바닥 굳은살 제거를 해야겠다는 마사지사의 꼬임(?)에 넘어간 나. 1만 원을 추가로 내고 발바닥 굳은살을 제거했다. 몸무게가 약 200g은 줄어든 것 같다.
백두산 오르는 총알택시(?)에 생명을 맡기고지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별이 다섯 개나 달린 고급 호텔에서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며 장백산맥 산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오전 4시에 일어나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중계방송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이제 백두산을 오른다.
우리가 탄 버스가 장백산 산문에 도착했다. 바깥 기온이 섭씨 15도 정도로 낮은 데다가 비까지 온다. 입장료를 받는 산문 주변에는 보온을 겸하는 우의를 파는 집들이 성업 중이었다. 이걸로 보아 백두산 정상의 기온·날씨가 짐작된다. 입장권을 사서 산문 안으로 들어서니 45인승 정도의 우리나라 시내버스 같은 차량에 탑승하고 약 40분을 달리니 주차장이 나온다.
중간쯤의 환승 주차장에 다시 내려 20인승 남짓한, 조금 더 작은 승합차로 갈아탔다. 차는 정상을 향해 달린다. 그런데 이 승합차의 정체가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총알택시보다 더 과감하게 달린다.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옆 굽은길도 사정없이 달린다. 팔에 알이 베길 정도로 손잡이에 매달려야 했다. 이렇게 4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하니 '백두산 천지 120m 전방'이라는 표지가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줄을 서서 약 50명씩 단계별로 출발시킨다. 그림에서나 보던 백두산 천지에 도착하니 소나기가 쏟아지며 운무가 가득하다. 천지 수면을 볼 수가 없다.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순식간에 강한 바람에 운무가 걷히더니 천지의 옥빛 수면이 얼굴을 드러낸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백두산 관광은 7·8·9월 삼 개월이 절정인데,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은 20일 정도밖에 안 된단다. 우리를 '운 좋은 사람들'이라고 격려해주는 말 같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심장부이며 압록강·두만강·송화강의 발원지인 백두산 천지를 구경했다. 그리고는 다시 총알 같은 승합차에 생명을 맡기면서 내려왔다. 이후 섭씨 83도나 되는 노천 온천수에 달걀을 삶아파는, 그리고 웅장함이 더할 데 없는 장백폭포를 구경하고 연길로 향했다.
(*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백두산 관광 코스는 통상 북파. 남파. 서파 코스가 있다고 한다. 장춘공항에 내려 가는 서파와 남파코스가 있고. 연길 공향에서 내려 가는 북쪽 코스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연길공항에서 내려 산행거리가 짧은 북파코스를 선택했으며 걷는 구간이 짧은 관계로 백두산 야생화를 접할 기회 많지 않아 아쉬웠으먀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모두 장백산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백두산이라고 썼으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