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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교양프로그램인 <다큐 3일>은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유족들의 국회 단식농성 모습을 취재해 보도하려고 했지만, 간부들의 지시로 제작이 중단됐다.
KBS 교양프로그램인 <다큐 3일>은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유족들의 국회 단식농성 모습을 취재해 보도하려고 했지만, 간부들의 지시로 제작이 중단됐다. ⓒ KBS 누리집 갈무리

KBS 교양프로그램인 <다큐 3일>이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유족들의 국회 단식농성 모습을 취재해 보도하려고 했으나, 간부들의 지시로 제작이 중단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에 따르면, KBS 간부들이 세월호 유족 아이템 취재를 제지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 기획이 편향적이고, 유족들이 이익집단'이기 때문이다.

KBS 새노조는 김규효 KBS 기획제작국장이 "국회의 농성 상황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성을 띄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다큐 3일>이 포맷상 불평부당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즉, 방송의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취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장영주 부장은 "세월호 유족들은 이익집단으로, 이익의 한 당사자로서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농성하고 있다, 농성하는 유족들을 취재하면 균형감과 공정성을 상실한다"라는 이유를 들어 제작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재발 방지이며, 이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KBS 간부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사례도 있는데... 제작 중단, 납득하기 어렵다"

<다큐 3일> 제작진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KBS 간부들의 취재 중단 지시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큐 3일>은 그동안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의 현장에 들어가 취재하는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기존에도 쌍용차 해고자 쉼터 '와락'과 밀양 송전탑 농성 할머니 등의 아이템을 방송한 사례가 있다"라면서 "세월호 유족 관련 다큐 제작을 중지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항의했다.

<다큐 3일>의 홍기호 담당PD는 "데스크의 주장대로라면 갈등과 논쟁의 현장을 취재한 모든 르포는 중립성을 상실한 다큐멘터리가 된다"라면서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여부는 포맷이 아니라 제작자의 의지와 노력이 결정한다"라고 지적했다.

홍 PD는 또 세월호 유족들이 '이익집단'이라는 장영주 부장의 논리에 대해 "이익집단이란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를 공유한 집단"이라면서 "세월호 유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은 공익과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영주 부장은 <다큐 3일> 제작진이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의견에 대해 "국회의사당 내부의 농성을 KBS가 장려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죠?"라면서 "국회로 들어가 농성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큐 3일> 같은 형식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댓글을 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KBS 새노조 "제작진의 공영성에 힘 실어주길 바란다"

이에 <다큐 3일> 제작진은 "KBS 프로그램이, <다큐 3일>이, 농성 현장을 다루면 농성을 장려하는 것이고, 시위 현장을 다루면 시위를 독려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세월호 유족들의 손에 받을 수도 없는 국회 내 집회허가서가 없다는 게 그렇게도 불법(으로), 이익집단으로 매도당할 일인가, 진지하게 묻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이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가 다시는 이러한 참사를 겪지 않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앞장서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라면서 "<다큐 3일>도 세월호 100일을 맞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제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다큐 3일>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제작 중단을 지시한 김규효 국장과 장영주 부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라면서 "작금의 상황은 특히 제작 책임자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논리적 정당성도 결여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오늘이라도 모순 가득한 논리로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하지 말고, 제작진의 자율적인 의견에 귀 기울이고, 지금까지 믿어왔던 제작진의 공영성과 가치관에 힘을 실어주는, 진정한 프로그램 책임자로서의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유가족 10여 명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 한다"라면서 지난 14일부터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송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 입니다.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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