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평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자원봉사자들이다.
이승규 '대전 사랑의 밥차' 회장과 전연순 금비예술단장(한국무용가)도 좀처럼 진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두 사람은 각각 팽목항에서 처음 만났다.
이 회장은 사고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운영하던 '사랑의 밥차'를 끌고 달려왔다. 그는 하루 한두 끼만 봉사하는 다른 밥차와는 달리 하루 3끼를 준비해 무료 급식했다. 밤에는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봉사했다. 트럭에서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고 다음날 어김없이 밥차를 열었다.
준비해간 쌀과 식재료가 며칠만에 동이 났다. 진도군청에 쌀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큰 기대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정을 알렸다. 전국 각지에서 쌀을 보내주겠다는 답신이 쇄도했다. 10여 분 만에 쌀 2톤이 모아졌다. 이씨는 매끼마다 1500명분의 식사를 준비해 보름동안 나눴다.
전 단장은 대한불교조계종구호재난봉사대 일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고 초기에는 망연자실해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유가족들에게 죽 한 그릇 대접하는 게 그의 목표였다. 빨간 등대로 가는 길목에 임시법당에 자리를 잡고 마음을 나누자 유가족들이 하나 둘 사연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는 석 달째 대전에서 진도를 오가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고 있다.
자원봉사 하다 만난 두 사람, 민간잠수사 특식 봉사위해 의기투합
이 회장과 전 단장은 이렇게 봉사활동을 벌이다 진도에서 첫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7월, 팽목항에서 다시 만났다. 수색과 구조 활동을 벌이는 민간잠수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특식을 대접하는 일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 회장은 다시 '사랑의 밥차'를 몰았고, 전 단장은 이를 총괄 기획했다.
지난 20일 자원봉사에는 김원태 대전 경덕고 교사와 최병학 요리사(전국조리사협회 이사) 등이 정예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들 외에도 36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다. 대전 '삼천원의 행복 나눔'에서는 재정을 후원했다.
이날 점심, 민간잠수사들이 주로 일하는 바지선인 보령호와 88호에 자장면과 탕수육이 배달됐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등에서 일하는 해군과 해경, 실종자가족, 현장근무자들에게도 같은 음식이 전해졌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모두 1500여 명에게 특식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민간잠수사들은 "바빠 점심을 못 먹었는데... 감사합니다"는 등의 인사로 답례했다. 또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해군의 임원들도 이들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배려와 격려로 피곤함을 잊고 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과 전 단장은 1차 특식봉사를 하던 지난 13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바지선에서 일하는 민간잠수사 등 170여 명에게 자장면을 대접했다. 전 단장은 "당시 바지선에 자장면을 배달하고 '다 드신 후 단 한 명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달라'고 애원했는데 그로부터 3일 째 되는 날 시신 한 구를 수습했다"며 고마워했다.
"실종자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이 회장은 "작은 마음이 전해져 다행스럽다"며 "실종자와 유가족들, 자원봉사자 모두가 하루빨리 기다리는 가정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 단장은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의 침통한 모습을 지켜보다 음식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 특식 대접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이들은 <오마이뉴스> 취재에 쑥스러워했다. 두 사람은 세월호 사고 100일째가 되는 오는 24일 희생자 추모와 바지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3차 특별식(삼계탕)을 대접하기 위해 진도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전 단장의 바람은 한결 같다.
"남아 있는 실종자 10명이 가족의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더 이상의 사고없이 안전하게 수색과 구조작업을 마무리됐으면 합니다. 저 또한 그때까지 평목항을 떠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