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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휴가를 더 가라!"

요즘 여기저기서 독려인지 명령인지 알 수 없는 "제발 휴가를 떠나라"는 '윗분'들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과 경제단체에 휴가를 더 쓰도록 특별히 신경써 달라고 요청했다. 또,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는 전 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하루 더 가기를 권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휴가문화 우수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을 선정하여 시상까지 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른바 '국민 행복과 내수 활력 제고를 위한 하계 국내여행 활성화 방안'이다.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업무에 매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물론 재계에서까지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경제부처 장관들까지 휴가를 권장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한 내수를 북돋운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휴가권장이라는 카드에 '몰빵'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하루 더 가면 내수가 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정말 휴가를 더 가는 것만으로 침체한 관광경기 활성화와 여행심리 회복에 도움은 될까? 휴가비와 안전 걱정, 회사와 상사 눈치 안 보고 마음놓고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직장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여름 휴가시즌이 다가왔다. 많은 회사에서는 이미 직원들에게 휴가일정을 제출받았다. 이맘때면 직장인이라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중 하나가 바로 휴가다. 물론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휴식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던 것처럼, 직장인에게 일만큼 중요한 것이 휴가다.

휴가일정을 제출 했지만, 어느새 그것은 '보고용'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평소에도 부하 직원들의 연차휴가 하나에도 부르르 떨었던 팀장, 그가 휴가를 미루거나 반납이라도 한다면 '대략난감'이다. 온갖 거짓말로 소설을 써가며 휴가를 쟁취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보통 본인의 휴가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남들은 일주일도 모자라 휴일 앞뒤로 최장 10여일을 간다는데 고작 2~3일 때문에 걱정하는 직장인 처지, 정말 슬프다.

휴가를 늘려 국내여행을 활성화한다는 그 대책, 실효성 없는 캠페인은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대다수가 서민인 직장인들의 현실을 알고서 그런 대책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내수경기가 침체해 답답하니까 그런 발상까지 내놨겠지만 대책 자체가 참으로 한심하다. 가족들과 숨만 쉬고 살아도 한 달에 기본으로 나가는 돈도 부담스러운데 놀러 다니고 소비할 돈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들이 하루만 더 놀아도 1조 원 이상의 관광 지출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휴가 하루 더 가기' 운동을 펼치자, 전경련·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캠페인까지 벌이며 화답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국민들의 지갑이 닫혔으니 휴가로 침체한 내수를 살려보자는 판단에서다. 과연 그럴까?

기다림은 그대로인데... 벌써 잊기엔 너무 아프다

폭우 맞으며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을 향해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희생자 유가족들이 폭우를 맞으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폭우 맞으며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을 향해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희생자 유가족들이 폭우를 맞으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미개한' 우리 국민들은 한 번도 지갑을 닫은 적 없다. 어디 지갑이 채워진 적이 있었던가. 그나마 닫을 지갑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혹시라도 지갑이 있다면 동시에 이 정권에 대한 마음도 굳게 닫겠다. 아마 평생 열리지 않을 것 같다.

침체한 내수경기가 어디 국민 탓인가? 정권의 지갑 타령과 경제놀음에 1년짜리 '알바 선장'이 배 몰고 다니다 천금보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죽어나간 것 아닌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거니와, 그런 상황에 국가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다.

사회 전 부문에서 안전교육을 확대하고 관광숙박시설에 맞춤형 안전 매뉴얼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들리는 소식들은 연일 사고 속보다. 국가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이라는 트라우마 속에서 단순하게 휴가 하루 더 간다고 멈춰섰던 경제가 바로 돌 수는 없다. 평생 휴가 떠나야 할 분들은 따로 있다.

이제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진도 팽목항 하늘나라 우체통에 새겨진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양온유 학생의 한마디가 슬픔을 더한다.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다림은 그대로인데, 한가하게 휴가 보내며 잊기에는 너무 아프다. 잠자는 것도 죄스럽다.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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