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알기 싫다>가 듣기 싫은 방송이라면, 그래서 끄신 분들이 지금까지 수백만 명 있겠죠.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우리 목소리 중 뭔가가 듣기 싫었을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저희 방송이 듣는 사람, 즉, 잠재적인 피해자에게만 말을 하거든요." <네임드와 커뮤니티의 관계 1 中 UMC/UW>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알려고 한다. 안다는 것은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도 알려하지 않는다. 진실을 마주하는 건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옮고 그름을 떠나 피곤한 일이니까.
비정상적인 탄압을 받는 전교조 문제를 4대강 사업이나 철도 민영화만큼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일 처리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진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때로는 진실을 마주하는 건 곤혹스런 일이다.
어떠한 사실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나 그것이 나 또는 우리를 옥죄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 알면 알수록 괴로운 사실들만 전달하는 팟캐스트가 있다. <그것은 알기 싫다>이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보게 하는 방송그동안 <그것은 알기 싫다>가 다룬 주제들을 살펴보면 이 팟캐스트가 얼마나 불편한 방송인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부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고(故) 김규열 선장 사건과 홍석동씨 납치사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한국 사회에 절대적 신화가 되어버린 혈액형 성격학, 대리기사를 절대적 약자로 만드는 대리기사 시스템의 문제, 삼성 반도체 노동자 문제, 비판 대상이자 고객인 기업을 대하는 언론과 포털의 태도 등.
최근에는 '견제 받지 않는 힘은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시리즈를 통해 재건축조합, 애플의 A/S정책 문제, 군대 문제, 자동차 회사의 리콜 등을 주제를 방송하였다.
그리고 지난주 방송에서는 '네임드(유명인-편집자주)와 커뮤니티의 관계' 에피소드를 통해 LGBT영화제와 김조광수 감독 사이의 갈등과 그 배경, 전개 과정을 상세하게 방송하였다.
이러한 불편한 아이템들은 <그것은 알기 싫다>의 진행자이자 프로듀서인 UMC/UW가 음악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해오던 것들이다. 그는 불편한 진실,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외면해온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되었는지 노래를 통해 풀어나갔다.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잡지에서는 예쁜 것만 신문에서는 거짓말만
텔레비전은 웃긴 것만 학교에서는 영어 수업만
아픈 과거를 들춰냈던 역사 수업을 쌩깠더니 중딩은 원어민 강사와 어울려 놀며 행복했고
고딩은 연예인들의 가짜 결혼에 행복했고
남자애들은 무기를 팔던 일본 회사의 차를 샀고
여자애들은 청소 아줌마 월급 10배의 가방을 샀다<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 UMC/UW>위 노래 가사에서 나타난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는 <그것은 알기 싫다> 방송 전체를 관통하는 UMC/UW의 태도이기도 하다. 방송은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거나 누군가를 악인으로 규정하고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에서 한 발 떨어져 사건 전체를 들여다본다. 흥분과 비난이 아닌 냉소와 이성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그 배경과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파헤치는 것이 <그것은 알기 싫다>의 방식이다.
청취자의 딜레마를 자극하는 방송<그것은 알기 싫다>가 불편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방송을 통해 알면 알수록 화나고 힘 빠지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언론과 기업의 유착을 마주하게 되면 여태 신뢰하고 믿어왔던 것들이 산산조각 나는 불편함이, MS에서도 포기한 윈도우 XP를 포기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보고 있으면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 무능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알기 싫다>가 불편한 두 번째 이유는, 알고 싶지 않은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것이 편할 것 같은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내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노동환경을 외면하면, 그 피해가 나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 마약 운반 혐의를 뒤집어쓰고 필리핀에서 옥살이 중 생을 마감한 고 김규열 선장 사건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듣자니 불편하고, 듣지 않으면 더욱 더 불편한 현실. 이러한 청취자의 딜레마가 이 방송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매력이다.
*추가 정보
<그것은 알기 싫다>는 현재 두 가지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딴지일보>를 통해 2012년부터 2014년 5월까지 방송한 <그것은 알기싫다>와 xsfm으로 독립한 후 방송을 시작한 <그것은 알기 싫다>입니다(5월까지 방송한 것은 '알기싫다'를 띄어쓰지 않았고, 현재 방송되고 있는 것은 '알기 싫다'를 띄어씀). 현재는 <그것은 알기 싫다>를 통해 업로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