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콩콩이가 지난 17일, 일어서기에 성공했다. 생후 15개월 만이다. 비틀비틀 조금 버티더니 넘어졌다. 그리고 일어서서 히죽히죽 웃는다. '할아버지 성공했어요'라고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긴 했어도 길게 보면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다.
콩콩이는 서 있기가 힘들면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 아직은 기는 게 편한 모양이다. 그리고 표적을 발견하면 낚아채기라도 하려는 듯이 후다닥 달려간다. 빠르기가 전광석화다. 기저귀를 차고 기어 다니거나 서서 뒤뚱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순간들이다. 나는 동영상 촬영에 정신이 없고, 아내는 맨살에 무릎이 까질까 걱정이다.
"이놈!" 하고 나무랐더니, 아이 반응이...
콩콩이는 언니 콩이를 물기도 하고 꼬집기도 한다. '물기 대장'이다. 손바닥으로 뺨까지 때린다. 누구한테 배운 것일까? 혹시 본능일까? 그런 행동은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의사 표현 수단이기도 하다. "이놈!" 하고 나무랐더니 입을 내밀고 서럽게 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큰소리로 울거나 떼를 쓴다. 안아달라고 보챈다. 서랍장을 뒤져서 물건을 헤쳐 놓기도 하고, 책꽂이에서 동화책도 내려서 흩어 놓는다. 잠깐 한눈을 팔면 빨래, 장난감, 문구 등을 방안에 잔뜩 늘어 놓는다.
콩이는 인형을 좋아한다. 오리 인형을 항상 안고 다니거나 입에 물고 논다. 잠잘 때도 안고 잔다. 남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고 빌려주지도 않는다. 동생도 예외는 아니다. 콩콩이도 무의식중에 배운 모양이다. 언니가 없으면 오리 인형을 입에 물고 놀거나 가슴에 꼭 껴안는다.
콩이와 콩콩이, 서로 경쟁하고 다투면서 무럭무럭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