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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에 대해 "한국인은 일을 그만둔 지 2주안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출국 이후에 받는 것은 외국인 차별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에 대해 "한국인은 일을 그만둔 지 2주안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출국 이후에 받는 것은 외국인 차별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이렇게까지 차별해도 되는 건가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격양되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인은 일을 그만둔 지 2주 안에 퇴직금을 받으면서, 똑같은 노동자인 우리는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과 만난 29일,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관련해 새로운 제도가 시행됐다. '출국 후 퇴직금 수령 제도'다. 지금까지는 퇴직 후 3일 안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된 법이 시행되는 이날부터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간에 회사를 옮겨도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에 따라 출국만기보험금 형태로 지급된다. 지금까지는 사업주들이 의무적으로 매월 퇴직보험금을 적립하면, 이주노동자가 일을 그만둘 때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출국 후 14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신설된 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우다야 위원장은 새로 시행되는 제도가 외국인 차별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생계보장을 위해 '퇴직일로부터 14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정하고 있는데, 왜 이주노동자에게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자칫 퇴직금을 못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이주노동자들의 큰 걱정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도 퇴직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한국을 떠나면 받기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사업주들이 새로운 제도를 벌써부터 악용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정부는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퇴직금을 출국 후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다야 위원장은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포기하고서라도 한국에서 머물 것"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원인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귀국 후 지급'으로 바뀌면 퇴직금 못 받을 가능성 더 커져"

다음은 우다야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를 둘러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게 되는 거 아니냐고들 말합니다. 지금도 출국만기보험으로 적립되는 퇴직금을 못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많거든요. 한국에서도 못 받게 생겼는데 고국에 돌아가고 나면 무슨 수로 받을 수 있냐는 거죠.

게다가 이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2011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국만기보험 가입 여부를 모르는 사람은 36%였다 - 기자 주). 이주노동자들이 받아가지 않은 보험금만 130억 원 상당이라고 하잖아요. 이런 돈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나라로 가버리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사라지는 거죠. 귀국 전에 신청서를 직접 내야만 지급되니까요.

또 실제로 받아야 하는 퇴직금이랑 출국만기보험으로 적립되는 퇴직금 사이에 생기는 차액을 못 받고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보통 퇴직금에는 연장·휴일 수당이 반영되는데, 출국만기보험은 기본급 일부만을 적립하는 형식이에요. 두 금액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하고 나서 사장한테 차액을 달라고 신청해왔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출국 후에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사실상 차액을 받을 방법이 없는 거죠."

-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도 퇴직금을 못 받는 사례가 있었나요?
"있었습니다.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 통상임금의 8.3%를 매월 퇴직금 형식으로 보험사에 적립해야 하는데, 이걸 입금 안 하는 사장들이 있어요. 노동자가 퇴직할 때 받을 수 있는 돈 자체가 아예 없는 거예요.

몇몇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 있는 고용노동청에 가서 퇴직금을 못 받았다고 신고하러 가긴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가 서툴러서 혼자 설명을 제대로 못 해요. 지금도 이런데 귀국 후 지급으로 바뀌면 퇴직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거죠."

- 정부는 출국 후 14일 이내로 퇴직금을 송금해주거나 공항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나서 직접 현금으로 받아 출국하라고 합니다.
"둘 다 말도 안 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나라 중에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진 곳이 많아요. 특정 은행을 이용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어마하게 매긴다거나, 송금된 돈이 도중에 사라지는 문제들이 일어난대요. 우즈베키스탄 같은 경우는 은행권 부정부패가 심해서 돈을 제대로 찾지 못할 수도 있어요.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행기 타기 2시간 전부터 공항 입국 심사대로 들어갈 수 있는데, 줄이 엄청 길어서 돈을 받는 데 시간이 꽤 걸려요. 이주노동자가 한두 명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 받으려고 기다리다가 비행기 못 타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합니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들 차별하는 조항 만들어"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에 대해 "지금도 퇴직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한국을 떠나면 받기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에 대해 "지금도 퇴직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한국을 떠나면 받기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유성호

-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알려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없습니까?
"퇴직금을 한국에서 미리 받으려고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도 시행일인 29일 전에 공장을 나오면 기존 규정대로 퇴직한 지 3일 안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 이후에 공장을 옮기면, 전에 일했던 곳에서 받아야 할 퇴직금도 귀국 후에나 받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직장을 다시 구하는 동안 퇴직금으로 먹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안 되니까 다들 일부러 일을 그만 둔 거죠.

새로 시행되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장들도 있나 봅니다. 최근 제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인데요, 어느 사업주가 '귀국 후 14일 안에 퇴직금을 받는다'라고 적힌 종이를 만들어서 이주노동자한테 서명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이 노동자는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일을 그만뒀는데도 아직까지 퇴직금을 못 받고 있다 합니다."

-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퇴직 후 14일 내에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있는데요.
"저희가 반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불평등하다는 거예요.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곳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이 한국의 노동3법을 적용받습니다. 근로기준법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정부는 이를 어기고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는 조항을 만든 겁니다. 이렇게까지 차별해도 되는 건가요? 한국인은 퇴직 후 2주 안에 퇴직금을 받으면서, 똑같은 노동자인 우리는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는 입장입니다.
"퇴직금을 출국 후에 주는 방식으로 불법체류 문제를 막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중 일부는 사정이 있어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거예요. 사장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공장에서 도망쳐서 불법체류가자 되거나, 본국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해서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남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포기하고서라도 한국에서 머물 것입니다. 이같은 원인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정부가 진정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합니다. 지금은 사장 허가없이 공장을 마음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횡포를 견디지 못하는 몇몇 노동자들이 몰래 도망쳐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겁니다. 첫 직장에서 3년 동안 무조건 일해야 한다는 규정도 1년 단위로 바꿔야 하고, 만 40세까지인 나이 제한도 완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불법체류자가 줄어들 겁니다."

- '귀국 후 14일 이내'를 '퇴직 후 14일 이내'로 다시 수정하는 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에 국회의원님들에게 찾아가 '왜 이런 제도를 통과시켜줬냐'고 물어봤는데요, '우리도 잘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이전에는 잘 몰랐다 할지라도 이제는 왜 이 제도가 나쁜 건지 잘 알게 됐을 겁니다. 우리가 몇 달 전부터 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알려왔고, 간담회도 했고, 1인시위도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없는 걸 새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우리한테도 적용해달라는 겁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들이 나쁜 법 때문에 차별받거나 피해 받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주노동자#이주노조#우다야 라이#불법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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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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