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는 사람들도,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도 이런 무대는 처음이란다. 맨 바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한편에선 물줄기가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사회자가 한마디 거든다.
"폭포무대라고 이런 무대 보신 적이 있습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무대이자 최초의 무댑니다. 앞으로도 이런 무대는 아무도 만들지 못할 겁니다. 우리 수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무댑니다."그 말에 수원천 건너편 객석의 관람객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한다, 3일(일) 오후 5시부터 수원천 지동교 아래 천변 길 통로에 마련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 도당굿 이수자 승경숙 제3회 개인발표뢰 및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위령굿' 현장이다. 천안에서 구경을 왔다는 이정재(남, 44세)는 구경을 하면서 기가 막힌다며 말한다.
"세상에, 나는 다리 아래서 이런 공연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전통시장 구경을 왔는데 음악소리가 나기에 찾아왔더니 다리 아래 이런 공연장이 있네요. 사람들에게 여기서 공연을 자주 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오늘 처음이라고 하네요. 참 수원이라는 동네 정말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발상을 하죠."수원천을 사이에 두고 무대와 객석을 구분해처음부터 이런 무대를 마련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위령굿 날짜를 3일로 정했는데 갑자기 태풍 나크리가 올라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행사 관계자들은 행사를 연기할 것인가? 아니면 장소를 변경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지동교 아래는 폭이 넓어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판단을 해 장소를 다리 위에서 아래로 옮겼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참 캄캄했어요. 날짜를 옮기는 것도 그렇고 딴 공연도 아니고 세월호 희생자 위령굿으로 몫을 정했는데 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더구나 경기도도당굿 회원들에게 모두 연락을 취했는데, 취소를 할 수도 없고요.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궁여지책으로 택한 곳이 지동교 아래인데 이렇게 훌륭한 무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이날 지비를 들여 개인발표회 및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위령굿을 펼친 승경숙(여 60) 도당굿보존회 이수자의 말이다.
300여명의 관중들, 즐거운 굿판이었다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도당굿은 그 도당이 처해 있는 지리적인 여건에 따라서 모셔지는 신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내륙지방에서는 대개 산치성이나 산제라고 하여서 도당할아버지나 도당할머니가, 남산신 혹은 여산신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서해안과 섬 지방의 도당굿은 섬기는 신위가 용왕이나 임경업장군, 혹은 바다라는 지역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은 신격들을 모시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섬 지역인 제부도, 영종도, 떼무리섬, 살섬, 용유도, 덕적도, 등에서도 풍어를 위한 대동굿을 풍어제라고 부르지 않고 도당굿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 절차나 의례를 보아도 서해안 별신굿으로 나타나는 풍어제와는 다르게 행해졌다.
이날 위령굿은 경기도당굿 이수자 목진호의 굿판과 굿판에 모인 사람들의 주정을 가시는 부정청배로 시작을 해, 승경숙의 선부정, 도당을 모셔들이는 산바라기, 시루굿과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굿답게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 살풀이 이수자인 김규미(여, 54세)의 지전춤 등으로 이어졌다.
"정말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경기도도당굿 보존회 여러분과 승경숙씨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태풍이 부는 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세월호의 많은 생명의 극락왕생을 위한 자리도 좋지만, 이 비가 퍼붓는 가운데서도 공연을 한다는 발상이 기가 막히네요. 더구나 떡이며 과일을 모두 나누어 주는 바람에 손이 푸짐해졌습니다. 정말 고맙고 즐거운 굿판입니다."사람들은 자리를 뜰 줄을 모른다. 걸판 진 굿판과 동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위령굿은 발표회를 겸한 굿판을 펼친 이수자 승경숙을 비롯해 오진수(보존회장 전수조교), 장영근(전수조교), 이수자 소명자, 김순중, 백운하, 곽승헌, 목진호, 김영은, 고현희와 전수자 이용수, 김상희, 이순덕, 강봉림, 이인자, 이주현, 최남수, 김지혜, 최인순 등이 동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블로그 '바람이 머누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