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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 제발 좀 와주십시오. 오셔서 (유가족들을) 껴안고 일으켜 주세요. 그리고 집으로 돌려보내세요. 울다, 울다 울 힘도 없습니다."

가수 김장훈(46)씨가 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에 합류하며 말했다. 세월호 참사 111일째인 이날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다.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김영오(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씨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농성장에 김영오씨가 앉아있다.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김영오(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씨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농성장에 김영오씨가 앉아있다. ⓒ 정민경

앞서 김장훈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나흘 동안 동조 단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광장에는 이미 인터넷에서 소식을 듣고 농성장에 찾아 온 40여 명의시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최준호(65, 남)씨는 한국에 온 사이 농성장을 들렀다며 "연예인들은 혹시 제재를 받을까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데 김장훈씨는 참 용기있게 잘하고 있다"라며 "연예인들이 더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단식 농성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응원을 나왔다는 시민 김아무개(50, 여)씨는 "바른 생각과 양심이 있다면 연예인이든 누가 됐든 여기에 나와봐야 한다"며 "서울에 산다면 김장훈씨같이 현장에 한 번 와보라"고 말했다.

오후 2시께 편한 옷차림의 김장훈씨가 등장했다. 그는 농성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민들과 취재진들을 향해 단식에 동조하게 된 이유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단식을 하고 있는데 한 명도 들여다 봐주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서 이제는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며 "대통령이 오셔서 가족들 끌어안고 일으켜 세운다면 정말 이 땅에 모든 갈등과 혼란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장훈씨와 김영오씨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수 김장훈씨가 농성을 시작하며 유가족 김영오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김장훈씨와 김영오씨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수 김장훈씨가 농성을 시작하며 유가족 김영오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 정민경

"특별법은 유가족들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

20여 분간 계속된 발언에서 그는 특히 유가족의 요구가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 몇 번이나 언급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요새 유가족들의 본뜻이 훼손되고 있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대학 특례입학, 평생 생활보장, 그리고 추모공원 건립 이런 것들은 유가족들 입에서 나온 적도 없고 특별법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어느 정치인이 이야기 한 것들이고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 성역 없는 수사, 재발방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장훈씨는 "이건(특별법 제정) 유가족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유가족들은 자신을 태워서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시는데 저는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안전한 것뿐 아니라 모든 게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부정부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에게 농성장에 찾아올 것을 간청했다. 그는 "제발 오십시오. 대통령이랑 오십시오"라며 "유가족들 들여보내시고 '내가 이제 알아서 하겠다'고 그 한마디 하시면 임기 5년 동안 하신 일 중에 가장 성군다운 행동이 될 것이다, 이건 간청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고 농성장으로 들어가자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힘 많이 받을 겁니다" "힘내세요" "김장훈 파이팅" 등의 응원의 말을 보내며 박수를 쳤다.

세월호 참사 국민단식에 참여한 가수 김장훈씨 세월호 참사 111일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가수 김장훈씨가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단식에 참여한 가수 김장훈씨세월호 참사 111일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가수 김장훈씨가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 정민경

"유가족이 세월호 놓기 전엔 안 놓습니다"

단식 농성장에 들어간 김장훈씨는 2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경오(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씨 옆에 앉아 생수 한 병을 건네받고 '세월호 참사 국민단식 1일째'라고 씌여진 노란 종이를 목에 걸었다.

김장훈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7·30 재·보궐선거에서 설령 그 반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했더라도 특별법은 그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유가족들에게, 국민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정말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법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헌법과 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만약에 입법을 잘했고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정부에 대해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이 사건이 안 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몇몇 의원들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비유한 것에 대해 "버스 사고는 버스 회사에서 배상하는 것이다, 이건 국가에서 잘못해서 국가가 일 저질렀으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라며 "이건(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버스회사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연이 끝나면 다시 단식을 하러 오겠다며 "누군가 세월호 언제 놓을거냐 물어본다면 '유가족이 세월호 놓기 전엔 안 놓습니다' 이렇게 답할 거다"라며 "절대 지치시면 안 돼요"라고 유가족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김장훈씨는 9일 예정된 공연 일정을 고려해 7일까지 나흘간 유가족들과 동조 단식을 하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후 공연에 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정민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김장훈#세월호 특별법#단식농성#동조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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