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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km 세월호 도보순례' 아버지의 눈물 지난달 8일 아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십자가를 지고 걷기 시작해 27일 팽목항에 들른 김학일·이호진씨가 4일 광주에 들렀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웅기·이승현군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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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신원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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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 좋은 세상으로 갔을 거예요. 승현이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좋은 세상 만나면 그냥 거기서 원 없이…. 하고 싶은 것 실컷하고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습니다."이호진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가, 이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 아들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 옆에 앉아있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도 "(아들 웅기가) '아빠, 계속 완주해달라'고, '아직 나오지 못한 내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응원해줄 것"이라며 아들을 떠올렸다.
지난달 8일, 아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십자가를 지고 걷기 시작해, 7월 27일 진도 팽목항에 들른 김씨와 이씨가 다시 발길을 돌려 4일 광주에 들렀다. 처음 두 명으로 출발했던 도보순례단은 200여 명까지 늘어있었다. 두 아버지의 얼굴은 검게 타 있었고, 짙은 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이날까지 약 600km를 걸었다는 두 아버지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모 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직 약 200km가 남았다.
'추적추적' 비 뚫고 도보순례... "재보선 결과, 아쉽다"이날 두 아버지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도보순례에 나섰다. 오전 5시 전남 나주 남평성당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오후 2시 30분께 광주 남구 인성고 앞에서 잠시 멈췄다. 두 아버지는 노란리본으로 뒤덮인 십자가를 한 쪽에 내려놓고 휴식을 취했다.
두 아버지가 이번 도보순례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진도 앞바다에 있을 10명의 실종자 때문이다. 이씨는 "팽목항에 있는 남은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단지 새끼를 만나기 위해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 뜻이 잘 전달되지 않고, 구조 작업이 늦어지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소신을 꺾지 않았으면 한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아픔을 이해하려는 분이 많으니 꿋꿋하게 견뎠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두 아버지는 최근 있었던 7·30 재보궐선거 결과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현재까지 1400리 정도를 걸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재보궐선거에선 야당이 대참패했다"며 "당연히 특별법 제정, 진상규명에 상당한 영향을 줄 텐데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그래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지 않나. 하늘에서 보는 웅기와 승현이가 응원해줄 거라 믿는다"며 "나중에 웅기와 승현이를 만나 '그래도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천리길을 걸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그것에 의미를 둘 수밖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라고 요청하자 김씨는 '하아'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수습돼 바다 밖으로) 올라오고 나서 시신이 변하는 모습, 화장장에서 뼈만 앙상하게 나온 모습, 그리고 부모님들의 고통을 생각해보고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줬으면 한다"며 "그 분들(새누리당)도 자식이 있고, 손자가 있을 텐데 나중에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부끄럽지 않게 살았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에 힘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 아버지는 오후 5시 30분께 광주 남구 방림동성당에 도착,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5일에는 광주를 통과해 전남 장성까지 갈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인성고~방림동성당 도보순례 일정을 동행한 뒤, 방림동성당에서 두 아버지와 인터뷰를 했다. 아래는 두 아버지와 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팥빙수 들고 찾아온 손석희... 세월호 이후 최고의 날"- 지난달 8일에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몸 상태는 어떤가.이호진 : "좀 안 좋은 상태다. 초기 2, 3일 동안 (웅기 아버지와) 번갈아 십자가를 지다가 내 다리에 부상이 오면서 웅기 아버지가 많이 지고 걸었다. 십자가가 6kg 정도 되는데 많이 걷게 되면 체감 중량이 수십kg에 달한다. 십자가가 없다고 해도 순례길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걸 알게됐다."
- 가장 힘이 되는 건 무엇인가.김학일 : "자발적으로 (도보순례에) 동참해주신 분들 때문에 힘을 얻는다. 처음 시작했을 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해) 경기도를 벗어나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오늘은 비가 와서 아이 사진을 목에 걸고 오지 않았는데 다른 때는 동참해준 분들이 (아이) 사진을 만지고 눈물을 흘리시곤 한다. 고통, 슬픔을 같이 나누는 그 분들에게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이호진 : "옥암동 성당에서 오전 도보순례를 끝내고 쉬고 있는데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팥빙수를 들고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의 날이었다. 당시 발 상태가 최악이었는데 이후에 애로사항 없이 잘 걸을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큰 기쁨을 겪으면 어떤 고통이든 견딜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또 경기도에 살면서 몇 시간씩 기차와 버스를 타고 찾아오는 국어 선생님이 있는데 그 분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 7·30 재보궐선거 결과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이호진 : "예고없이 새끼들을 잃었다. 부모 생전 새끼 장례식 치르는 게 가장 잔혹한 고문이고 형벌이라고 하지 않나. 그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다가 이렇게 십자가를 지고 천리길을 걷고 있다. 현재 1400리 정도 걸었다. 그럼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대참패를 겪었다. 당연히 특별법 제정, 진상규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상당히 아쉽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할 수 없지 않나. 하늘에서 보는 웅기와 승현이가 응원해줄 거라 믿는다. 또 나와 웅기 아버님이 언젠가는 (웅기와 승현이를) 만날 텐데 그때 '그래도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천리길을 걸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특별법과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것에 의미를 둘 수밖에…."
"교황님께, '아이들 영혼 생각해달라' 부탁할 것"- 새누리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김학일 :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보시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수습돼 바다 밖으로) 올라오고 나서 시신이 변하는 모습, 화장장에서 뼈만 앙상하게 나온 모습, 그리고 부모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해보고 특별법을 제정해줬으면 한다. 그 분들(새누리당)도 자식이 있고, 손자가 있는 분들인데 나중에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정말 부끄럽지 않게 살았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에 힘썼으면 한다.
- 대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예정인데. 어떤 말을 하고 싶나.김학일 : "만나뵐지는 잘 모르지만 만약 만나뵙게 된다면 '아이들의 영혼을 생각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아이들의 영혼이 항상 교황님 가는 곳에 같이 있길 바란다. 그래서 세상 전체가 세월호의 아픔을 다 알 수 있었으면 한다."
-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호진 :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단지 새끼를 만나기 위해서…. 그 분들에게 '소신을 꺾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에 뜻이 잘 전달되지 않고, 구조 작업이 늦어지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소신을 꺾지 않았으면 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아픔을 이해하려는 분이 많으니 꿋꿋하게 견뎠으면 한다. 우리가 도보순례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그 분들에게 힘을 드리기 위함이다."
- 하늘에서 보고 있을 웅기가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무엇이라고 했을까.김학일 : "맨 처음엔 반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운동도 안 해본 사람이 어떻게 도보순례를 하겠냐'고. 그러나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아빠, 계속 완주해달라'라고. 또 '아직 나오지 못한 내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응원해줄 것이다."
- 하늘에 있을 승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호진 : "아이들은 정말 좋은 세상으로 갔을 것이다. 승현이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좋은 세상 만나면 그냥 거기서 원 없이…. 하고 싶은 것 실컷하고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배 안에서 금방 숨을 거두진 않았을 거다. 5분이건, 10분이건, 1시간이건, 2시간이건, 하루건, 이틀이건 틀림없이 생존해있었을 건데….
(나는 진도에 가서) 그냥 멍청하니…. 멍청하니 보고 있었던 것, 정말 미안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억울하다. 만약 똑같은 상황이, 똑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벌어진다고 하면 그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내고 말 것이다. 구조하겠지 하고 (그냥 있진 않을 것이다)…. 이것도 정부라고, 이것도 국가라고, (정부를) 믿고 있다가 몰살당하는 걸 구경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