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세월호 특별법 및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가 해법을 찾았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약 2시간 25분가량 진행된 정례회동을 통해 팽팽히 맞섰던 쟁점들을 일괄 타결했다.
극적인 타결이었다. 당초 두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얘기를 나누기도 전에 따가운 설전부터 주고 받았다. 지난달 21일 이후 17일 만에 만난 여야 원내사령탑마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꽉 막혀버린 세월호 정국 해소는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는 40분간의 '설전' 이후 이어진 1시간 30분 가량의 비공개 대화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한 합의를 일궈냈다.
특검추천-진상조사특위 구성, 여야 모두 한 발씩 물러서먼저, 여야는 오는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오는 26일부터 실시되는 국정감사 진행을 위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국정감사 대상기관 승인의 건', 각종 민생법안도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에 관한 특례법'도 같은 날 의결 처리할 예정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특검 추천은 현행 상설특검법에 맞춰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상 특검은 법무부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등에 의해 추천된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야당에게 특검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특검보를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업무협조차 활동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진상조사위 활동 중 필요사안이 발생할 때 활동하는 특검임을 규정한 것이다.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7인으로 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5인, 총 10인을 추천하고 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이 각각 2인, 총 4인을 추천하기로 했다. 유가족 측은 3인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특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정치권의 인사를 추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피해자'인 유가족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특위에 포함하는 것도 반대해왔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청와대 부속실장 증인 채택 요구로 몸살을 앓었던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에 있어서는 양당 국조특위 간사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양당 간사 간 협상이 공전되면 또 다시 (박영선 원내대표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한 차례 무산된 청문회는 18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변경 승인은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한편, 여야는 이외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수 조정 문제,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구타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 구성 등에도 합의했다.
또 정부조직법, 김영란법 및 공직자윤리법, 유병언법 등 국민안전 혁신법안에 대해서는 양당 정책위의장 간 협의를 통해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고, 경제활성화·민생안정을 위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양당 정책위의장이 합의한 법률안을 우선시해 처리하기로 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세월호 특별법 등 관련 양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발표하며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경구를 인용했다. 비공개 회의 전 있었던 '설전'에 대해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설전'의 원인은 7.30 재보궐선거 전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포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새누리당 '대외비' 문건이었다.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이 새정치연합의 법안보다 더 강화된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 및 지원안을 담고 있음에도 문제의 '대외비' 문건에는 새정치연합의 법안이 문제다는 식으로 왜곡됐다는 주장이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재보선 전에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들었다는 '대외비' 자료가 카카오톡으로 유포되고 심지어 신문에 (어버이연합이) 광고까지 내는 상황에서 저희 당 의원들이 마음의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와 관련, "저희가 선거 전에 왜곡된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를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당하다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새누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오늘 싸우러 나온 것 아니다"라며 본격 회동 직전에 사과를 요구하는 박 원내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세월호 특별법 등 당면 현안을 풀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오는 26일부터 국정감사를 시작해야 하고 25일까지는 결산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일에 임시회의가 종료되는데 그렇게 되면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국회가 공백기간이 된다"라며 "세월호 국조특위도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청문회가) 무산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 통과 예정돼 있는 일반법안 93개도 계류 중인데 경제활성화, 민생법안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라며 "이른바 유병언법, 김영란법, 정보조직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책임론'까지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8월 13, 14일 본회의가 안 열리면 모든 국회가 마비된다, 국감이 이뤄질 수 없고 청문회 증인 채택이 어렵다"라며 "국정마비에 대한 책임은 두 원내대표가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거대여당은 야당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한 말은 야당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발하자, 이 원내대표는 "협박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이라며 "저는 사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런 대화 안 하리라 생각했는데 앉자마자 의원 개개인의 얘기를 하고, 그것이 협상 전체의 걸림돌이 되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재차 반박했다.
비공개 여부를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이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를 종용하는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앞서 그는 "원내대표 회동, 당대표 회동에서 이런 얘기를 주고 받는 경우 있었나", "이렇게 하면 공개하셔도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 회동' 후 양당 원내대표는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그는 "제가 얼굴 붉히는 모습을 보여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일시적으로 격한 감정을 드러내서 미안하다"라며 "박영선 대표님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제가 전적으로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설전'의 원인이 됐던 '대외비' 문건 유포 등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