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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동아시아는 전통적인 한미, 한일 동맹관계가 북중러 삼각관계와 대립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미국과 중국이 G2로 쟁패하는 가운데 일본과 북한이 접근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한국은 중국과 경제협력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는 복잡하기만 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에 코리아연구원에서는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격동하는 동아시아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히기 위해서 6번에 걸쳐서 기획특집을 진행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중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협력의 여지가 많고 또 의지가 있는 한국과의 관계는 '강화'되고, 북핵 문제와 경제 협력 등 여러 측면에서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들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이 제로 상태이고, 지난해 7월 이후 고위급 인사의 방문도 전무하다. 반대로 시진핑이 최고 지도자가 된 2012년 이후 한중 간 경제 및 사회 교류는 여전히 확대추세이다. 두 나라 정상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상대방 국가를 방문하여 양국 관계의 발전에 합의했다.

냉전 시기 이래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중국의 '친북용남' 즉, 북한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한국을 상황에 따라 이용한다는 기조가 변화한 것인가? 아니면 기존 기조가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일종의 한시적 일탈인가? 중국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중국의 현재 인식을 이해해야 한다. 기실 현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은 집권 초기 이른바 '중국의 꿈'이라는 연설을 통해 이를 명확히 밝혔다. 이 연설의 의미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중국의 꿈의 내용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꿈은 '부흥'이다. 사전적인 의미로써 부흥이란 쇠퇴했던 것이 다시 일어난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서 1840년 아편전쟁 이전의 중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었다. 그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고, 어떻게 하면 부흥할 것인가가 중국의 근현대사의 주요 화두였다. 1949년 사회주의의 길로 부흥을 꾀할 것을 결정했다.

그 이후 숱한 곡절이 있었으나,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부흥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것은 중국인들에게는 매우 상식적이자 원초적인 역사 인식이다. 그러나 2012년 이를 최고 지도자가 재차 확인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중국이 1840년 이후의 굴욕을 잊지 않고 있고 그동안의 성과로 말미암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예전의 찬란했던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영광과 위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뜻이다.

2021년에 중진국 달성 목표

둘째는 이 부흥의 구체적인 시간표 제출이다. 이 연설에서 시진핑은 이 부흥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 즉, 2049년에 완성할 것이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즉, 2021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의 중진국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2021년에는 개혁개방 정책의 목표인 현대화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른바 사회주의 초급 단계가 종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지역 수준에서의 강대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2049년에는 마침내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부흥의 완성이다. 이 시간표의 제출로 인해 중국의 꿈은 더욱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제로 정식화되었다.   

자, 이것이 현재 중국의 인식이다. 이 연설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중국의 의도를 나타냈다. 예전 필자는 이를 무협지에 비유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 태초의 '무림고수'가 강호에 돌아오고 있으니...).

과거 무림의 절대 강자였던 중국이 내상을 입고 동굴에서의 요양을 끝내고 세상에 다시 나온다는 것을 공표했다. 동시에 현재 무림의 각 세력에게 자신의 계획 즉, 다시금 절대 강자의 위치에 오를 시간표를 공개하며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 이런 인식은 국제 관계에서도 투영되고 있다. 우선 21세기 국제질서의 양대 축인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다. 이 두 나라 관계의 본질은 여전히 서로를 인정하나 신뢰하지 못하는 동상이몽이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달라진 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달라진 태도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신형대국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요지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강대국들 간에 존재했던, 주로 갈등과 마찰을 겪는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호 '핵심이익'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 또 그동안 타천으로 거론되던 잠재적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이제는 중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

이 주장에 대해 미국은 기본적으로 후자의 주장에 대해서만 긍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상호 핵심 이익에 대한 존중은 자칫하면 중국의 세력과 역량의 확대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본질적으로 미국은 여전히 자국이 주도하고 구축해놓은 현하의 국제질서와 규범을 중국이 순순히 따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미국에 대해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확보한 정치·경제적 자신감으로 '해보려면 해보라'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양국 관계가 발현된 것이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과 서진전략,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와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의 대립과, 중국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이다. 이런 연유로 중국의 외교 정책 기조가 공세화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먼저 '선빵'을 날린 것이 미국이라고 여긴다. 역시 예전 필자의 비유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무림의 절대 강자 미국의 견제와 자극으로 인해 스스로가 정한 시간보다 빨리 동굴 문을 깨고 나온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미중관계에 긴장감이 흐를 것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인식이다. 이 대목이 왜 중요한가 하면 역사적으로 최강대국의 부상은 해당 지역에서부터 출발했으며, 현실적으로도 현재 이 지역을 두고 봉쇄하고자 하는 미국과 이를 뚫고자 하는 중국 사이의 갈등이 제일 첨예하게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동아시아는 주변 지역으로써 그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중국은 이 지역에서 한편으로는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최대한 우호적인 태도로 지역 국가들의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동굴에서 요양 중이던 중국의 입장에서 주변이 시끄럽지 않는 것이 최선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서는, 미중관계의 변화가 규정하는 바가 크겠지만, 이들 국가와의 갈등·마찰 발생을 의도적으로 인내하고 있지도 않다.

중국 경제력과 외교력의 밑천

초강대국 'G2' 국기 펄럭이는 세종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한중인 가운데 7월 4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 내걸린 태극기와 오성홍기 사이로 미대사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초강대국 'G2' 국기 펄럭이는 세종로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한중인 가운데 7월 4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 내걸린 태극기와 오성홍기 사이로 미대사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 권우성

문제는 외교안보 분야와 달리,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역내 국가의 의존도 제고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새롭게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확보라는 목표를 2021년까지 달성하려 하는 바, 시기적으로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적 특성도 최근 중국의 다소 급진적인 행태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겠다. 더 나아가 향후 이 과정에서 보다 분명한 편 가르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한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사용될 전망이다. 동굴에서 나온 과거 무림의 절대 고수는 한편으로는 예전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세력을 다시 규합하려 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빨리 나온 탓에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자신의 역량을 주변을 튼튼히 함으로써 보충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기조는 분명해진다. 기본적으로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일부이다. 따라서 위의 동아시아에 대한 책략과 그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본질은 한반도에서 최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켜서 패권적 지위를 가진 지역 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국가가 가지는 다른 국가에 대한 목표일 뿐만 아니라, 현재 국제 및 지역 질서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즉 이 과정에서 최대한 우군을 많이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행태의 측면에서 볼 때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우호를 더욱 강조했다면, 지금은 필요하다면 갈등 발생도 불사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최근 중국의 다소 감정적인 행태는 자국의 이해에 부합되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공세적인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하겠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취했을 때는 더욱 악화된 북중관계를 예상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이 최근의 냉각된 북중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 하겠다.

기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북한뿐만 아니라 최근에 분쟁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보면, 별다른 외교적 대안이 없는 북한에게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러시아, 일본 등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중국이 한국에 취할 책략

한편 한국은 중국에게 매우 대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한미 동맹이 지속되는 한, 획기적인 관계의 발전과 심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한미와 한중관계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성과(?)로 경제적 차원에서의 의존도는 급속도로 심화되어왔다.

더구나 경제적 요인과 일본이라는 역내 다른 국가와의 관계 요인 등으로 인해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갈등은 양국이 서로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보다 심화된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 또 한국이 결정적으로 중국에 반기를 드는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책략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금 강호 제패를 공표하고, 동굴 문을 나온 과거 무림의 고수에게 당연히 자발적으로 자신의 충실한 우군이 되어주는 이가 고맙겠지만, 아니라면 최대 견인, 최소 고립무력화시키는 전술을 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개혁개방기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핵심인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 추구, 대화와 협상 중시 등의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 입장들은 시기에 따라 미묘하게 그 우선 순위가 달라져왔다. 그러나 향후 우선 순위를 넘어 이 입장들 자체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방향은 다소 갈등이 있더라도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제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국면이 변했다. 중국이 동굴 문을 스스로 깨고 나왔다. 이것은 외교안보적으로 미국에 경도되어 있으나 경제적으로 중국에게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일반적인 의미에서 국제질서 재편 이상의 수준이다. '중국의 꿈'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급속하게 선택을 강요할 수 도 있다. 이렇게 봤을 때 향후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기조는 친북용남에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향은 한국과 북한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중국의 등장이라는 현실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재편의 과정에서 스스로 '혁신'하는 것이다. 그 혁신의 첫걸음은 매우 상식적이게도 지나치게 국제화되어 있는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확실한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 취할 수 있는 한국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현명한 선택이다.

이 전제하에서, 공세적인 행태가 가져오는 부작용 즉, 주변 국가들로부터 고립의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중국에게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질서의 재편은 부상하는 강대국 인근의 약소국에게는 대부분 위기이지만, 기회로 전환될 수도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자.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입니다.
* 이 글을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중국의 꿈#북중관계#한중관계#신형대국론#미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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