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걸리지 못한 광주비엔날레에 내 작품이 걸려 있는 것은 작가로서 치욕이다."'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걸리지 못한 데 이어 책임 큐레이터마저 스스로 물러나자(관련기사 :
검열·수정·유보 이어 사퇴까지... '대통령 풍자'의 최후) 11일 동료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자진철거하며 "작가로서 치욕이다"라고 항의했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아래 특별프로젝트)'에 작품을 선보인 이윤엽, 정영창, 홍성민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 휴관일인 이날 자신들의 작품을 스스로 내리면서 "광주비엔날레가 정치적인 이유로 <세월오월>을 걸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광주정신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윤엽 작가는 자신의 목판화 <대추리부터 세월호까지>를 철거했다. 정영창 작가는 <정대세> 등 인물화 네 점, 홍성민 작가는 설치작품인 <아시아의 숲 그날>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내렸다.
"예술을 정치적 잣대로? 광주비엔날레 큰 오점 남겨"
이윤엽 작가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작품 철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세월오월>의 작품전시가 유보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끄러웠다"며 "국가권력에 항의하는 것 자체가 표현이고 표현의 자유와 광주정신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홍성민 작가도 "광주비엔날레가 하고 있는 행동은 인간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이다"며 "예술이 정치적인 잣대로 재단하면서 광주비엔날레는 큰 오점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광주비엔날레는 휴관일인 이날 작품을 재배치해 관람에 차질이 없게끔 한다는 생각이지만 <세월오월>을 포함해 작가 4명의 작품이 예정대로 걸리지 못하면서 전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20주년을 맞아 5·18정신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달콤한 이슬 1980 그 이후'라는 주제의 이번 특별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특별프로젝트는 다음달 5일 정식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에 앞서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특별프로젝트 전시를 이틀 앞둔 6일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의 전시에 제동을 걸면서 파장이 일었다. 8일 홍 작가는 '허수아비 대통령'을 닭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했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작품 전시를 유보했다(
관련기사 : '박 대통령→닭' 작품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 유보').
10일엔 특별프로젝트 전시 부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책임자로서 한계를 느꼈다"며 자진사퇴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세월오월> 책임지겠다 했는데... 광주시 안 된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