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관 저해와 문화재 훼손은 물론 슬로시티마을 파괴 등이 우려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충남 예산군 통과구간 노선(안) 변경을 촉구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흥면과 응봉면, 광시면 일원에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담긴 수십 개의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다. 행정을 비롯한 사회단체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광시면사무소에서 가지려던 제2서해안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설명회는 원천봉쇄에 나선 수백 명의 주민들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고속도로 통과 결사반대'라는 글이 선명한 띠를 머리에 두른 채 '대흥슬로시티 망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노선 무조건 반대' '이제야 자리 잡은 황새 어디로 가란 말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수백 명의 주민들은 "고속도로 설명회는 할 필요도 없다. 변경된 노선안을 갖고 다시 설명회를 하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효신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사무국장은 "제2서해안고속도로 노선이 1300여년 된 임존성은 물론 대흥동원과 대흥향교 등 아주 중요한 문화재 앞을 가로지르는 것도 모자라 국제기구에서 인증한 슬로시티대흥을 정 가운데로 관통한다"며 "세계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대흥은 50년 전 저수지 수몰로 몰락한 마을을 주민들이 슬로시티를 계기로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농식품부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4곳 중 1곳으로 선정했다"며 "수많은 문화적, 역사적, 생태적 가치가 있는 곳이 대흥이다. 고속도로가 낙후된 마을을 발전시킨다는데, 오히려 주민들이 일궈온 마을을 파괴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속도로 노선 변경해야"예산군개발위원회도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봉수산 자락을 뚝 잘라 고속도로를 내고, 황새가 살아가는 바로 옆에 차량들이 24시간 불빛과 소음을 내면서 달리를 고속도로를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국토부와 포스코는 당장 제2서해안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결국 봉수산(슬로시티대흥)을 관통하는 노선을 제안한 포스코건설과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회를 열지 못 하고 발길을 돌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민들이 잘못 알고 있다"며 "제2서해안고속도로 노선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포스코건설이 민간사업제안서를 제출해 적격성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의 상위계획(도로정비 기본계획)에 준해서 노선을 제안한 것이다. 또 예당저수지 주변에 IC 기능을 하는 스마트휴게소를 만들어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구상했다"며 "현재 주민들이 요구하는 노선(봉수산 너머 홍성쪽으로 노선 변경)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주민들과 협의를 해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가 추진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는 모두 2조6000억 원을 들여 경기도 평택시~전북 익산시를 연결하는 총 길이 139.2㎞ 구간으로, 예산을 통과하는 평택~부여 구간은 1단계로 2022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