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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 정기상(56)씨가 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담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였습니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국가 대개조의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그의 편지 전문을 공개합니다. 그는 결혼 30주년기념 여행으로 아내와 함께 세월호에 올랐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갑판에 있다 구조됐지만 배 안에 있던 그의 아내는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사고 이후 그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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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 생존자이자 유가족인 정기상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는 펜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서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생존자이자 유가족인 정기상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는 펜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서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 정기상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메시지.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중략)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은 1960년대 말, 이름도 거룩한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40여 년이 지나서도 불현듯 문득문득 생각나는 건 무엇이겠습니까. 산업화와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께서 모든 학생들에게 정신적 교육을 시켰습니다. 선친께서 이룩해 놓으신 산업 근대화와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이 선진화로 가는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또 당시 남북냉전 시대에 국모·국부를 잃어 버린 비극적인 사건. 물론 대통령으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가족사였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슬퍼하면서도 오히려 똘똘 뭉쳐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습니다. 그러기에 대통령님은 선친의 후광으로,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진 국민들의 성원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모든 국민은 재도약과 희망의 나라로 나아갈 것이라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생각하셨을 겁니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히고설킨 관피아와 해피아들 등 이것을 척결해 선친께서 물려준 민족 중흥과 민족의 슬기를 모아 미래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그렸을 겁니다. 그러한 바람 속에서 태어난 박근혜 정부에서 총체적인 부조리의 창작물인 세월호 사건이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대참사로 만방에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상상하기도 싫은 사건, 구조를 기다리다 침몰과 동시에 겨우 탈출한 170여 명은 바닷물에 밀려 나왔습니다. 나머지 배 안의 300여 명의 부모, 형제 자식들은 할 일이 남았다고, 살고 싶다고, 미안하다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몸부림 치고 외치고 있었지만 배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구조현장은 밤마다 휘황찬란한 불꽃놀이와 장엄한 에어쇼, 그리고 뱃놀이였습니다. 구조는 뒷전이고 재난구조본부는 우왕좌왕, 겨우 구조되는 한 명 한 명마다 터져 나오는 통곡 소리,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면서 계속되는 환청과 생과 사의 갈림길에 대한 기억들이 남았습니다. 그 무엇으로 국가 수반과 사회지도층, 정치인은 변명하고 사죄해야 합니까?

저희들 외에는 어느 누구라도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참사를 겪으면 안 됩니다. 용납이 안 됩니다. 현재 유가족들은 가슴에 못이 박히고, 찢어질 듯한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원하는 국가 대개조, 아니 대개혁의 기회를 대통령님과 국가에 300여 명의 목숨에 대한 대가로 헌납했다고 조심스럽게 제기해 봅니다.

그런데 왜? 중국 역사에서 보듯이 유비 옆에 제갈공명이 있어 현명한 군주가 되도록 보필하는 군사가 있듯이 우리나라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분들이 없을까요? 하나 같이 자기 이익에 부합되는 인물로 천거해 패거리 문화를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입과 귀를 막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때와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항간의 말처럼 하나님이 주신 기회에 국가 미래의 안정과 재도약의 초석을 위해 완벽한 국가 개조를 마무리해 주십시오.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드리는 이 특별법이라는 선물을 다른 역대 대통령께서는 얻지 못하고 퇴임하셨습니다.

진도에 오셨을 때, 대국민 사과 발표할 때,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빙했을때, 유가족을 따뜻한 가슴과 마음으로 포용하시리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따라야겠지요. 환부를 도려내는 고통과 아픔을 참으면서 새살이 돋을 때까지요.

이제는 혼자서 고민하지 마시고 국민과 소통하십시오. 진정 이 기회를 계기로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되실 겁니까? 아니면 집권 여당의 유불리를 따져 두고두고 역사에 비판을 받으시겠습니까?

'전화위복'이라는, 이 상황에 걸맞은 사자성어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후손들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었노라고, 국가를 개혁하고 모든 부정부패를 일소에 정리했다고 기억할 겁니다. 무엇이 두렵고 무서워 특별법에 반대하는 여론과 비하하는 말들로 오해하는 겁니까?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훌륭한 지도자를 상상해 봅니다.

특별법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기에 그렇게 합의가 안 됩니까? 누가 결정권을 가지든, 누가 조사대상자가 되든 떳떳이 자기가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면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확실히 과오가 구별되지 않겠습니까? 묵묵히 열심히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공을 인정 받아야 되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은 자연 도태가 된다면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국가 대개조와 안전과 행복이 약속되는 나라가 되리라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세월호 특별법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유가족과 국민이 드리는 정성어린 기회인 특별법을 사양하지 마십시오. 거절마시고 적극적으로 받아주십시오. 허락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 국민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우뚝 서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박근혜 대통령#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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