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구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경인고속도로 부평IC 주변에 흉측하게 방치된 건물이 안전진단에서 E등급(불량)을 받았지만, 철거나 보완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를 타고 부평IC를 빠져나와 계양구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 쪽에 몇 년째 사실상 흉물로 방치돼있는 건물이 하나 보인다. 이 A건물 1층엔 점포 몇 개가 영업하고 있고, 나머지는 공간은 비어 있다. 게다가 건물 철거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인지 빨간·파란색 엑스(X) 모양의 선들이 라커 등으로 그어져있다(아래 사진 참조).
지난달 상륙한 태풍 '마트모'의 영향으로 A건물 옆 호텔 카리스 증축 현장 외벽 철골구조물이 파손돼 인근 주민 4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에 호텔 쪽은 증축 중인 호텔 건물과 함께 A건물의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호텔 쪽은 A건물의 지분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안전진단 결과, 건물 전체에서 심각한 균열과 누수·부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근 간격과 보의 크기도 기준에 맞지 않았다. 천장과 기둥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지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벽 일부가 부서졌고, 철근 부식이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1980년 준공된 이후 33년간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
이 건물에선 현재 점포 4개가 영업 중이다. 건물 바로 옆에는 노선 17개의 버스들이 정차하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출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또한 이 건물 뒷편의 호텔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선수와 심판진 등이 사용할 숙소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조아무개(41)씨는 "건물이 몇 년째 흉물로 방치돼있어, 좀 그랬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건물이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텔과 점포상인 간 갈등으로 철거 쉽지 않을 듯A건물 주변 상인들과 아파트 주민 2000여 명은 해당 건물 철거 등의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계양구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계양구 관문인 대로변에 건물이 흉물로 수년째 방치돼 있어, 주변 상권과 미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불량 청소년들이 출입하는 우범지역이 될 수 있다"라면서 "아시안게임 때 많은 관광객이 계양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책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계양구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건물 소유주에게 사용 중지나 보수·보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A건물의 철거나 보강 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알박기' 의혹이 제기될 만큼(관련기사 :
용도변경까지 해줬는데... 아시안게임 전 개장 가능하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호텔 카리스 증축에 앞서 경쟁 호텔인 C호텔 소유자의 친척이 A건물 내 점포 1개를 매입해 영업하고 있다. 그는 호텔 카리스 부지와 함께 A건물 부지의 용도가 변경되자 점포 1개(49.401㎡)를 6억8000만 원에 매입했다(2012년 7월 26일). 당시 시세가 3.3㎡당 1500만 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웃돈을 주고 매입한 것이다.
나머지 점포는 세입자 등이 3.3㎡당 5000~6000만 원에 매입했다. C호텔 소유자의 처가 세입자로 들어와 장사하고 있는 점포도 하나 있다. 호텔 카리스 쪽은 이 점포들을 매입해 건물을 허물고 호텔을 증축할 계획이었으나, 점포주들이 3.3㎡당 2~3억 원을 요구해 매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카리스 측은 "안전진단 결과를 알리는 현수막 등을 게시해 시민들에게 알리겠다"고 한 뒤 "건물 철거 등과 관련해선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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