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오후 9시 50분]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의 한 부대에서 발생한 후임병 가혹행위 가해자 남아무개 상병이 남경필 경기지사의 장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남경필 지사는 17일 오후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육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천지역 6사단에 근무 중인 남 상병은 후임인 B일병이 맡은 업무와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B일병의 턱과 배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남 상병은 생활관에서 또 다른 일병을 뒤에서 껴안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상병은 후임병 폭행 등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성추행에 대해서는 "장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육군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남 상병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아들이 군복무중 일으킨 잘못에 대해서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남 지사는 또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며 "군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고 제 아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서 법으로 정해진 대로 응당한 처벌을 달게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로서 저도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습니다"라며 "다시 한번, 이번 문제로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라고 말했다.
남 지사, 직접 대국민사과... 새정치연합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해야"남 지사는 이날 오후에는 경기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직접 대국민사과를 했다. 남 지사는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며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남 지사는 군 당국에 "(아들을) 올바르게 처벌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라며 "아버지로서 저도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이라는 표현이 비판을 받자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남 지사가 장남의 조사 사실을 전해 들은 후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15일자 <중앙>에 게재된 '나를 흔든 한 줄' 칼럼에서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라며 "며칠 전 휴가 나온 둘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걱정 붙들어 매시란다"라고 썼다.
그런데 남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가혹행위 조사 사실을 언제 접했냐'는 질문에 "지난 13일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헌병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남 지사가 장남의 후임병 가혹행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런 식의 칼럼을 쓴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측은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낸 시점은 지난 12일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남 지사가 장남의 가혹행위 혐의 조사 사실을 알고도 이 같은 칼럼 게재를 취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난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군 수사기관의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김영근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남 지사의 아들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추방하자고 외치는 군내 폭력행위에 연루된 것은 충격적"이라며 "본인과 아버지인 남 지사의 사과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군 당국이 엄정하게 수사해서 처벌하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사퇴론까지 불거지는 등 파문이 커지자 19일로 예정됐던 러시아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남 지사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러시아 국회의원들과 친선교류를 목적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