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중국 최초로 국가삼림공원에 지정되고, 영화 '아바타'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장가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이곳을 보지 않고 중국을 갔다 왔다고 하지 말라'는 말을 만들었지만 요즘 그 명성을 태항산에 넘겨주고 있다.
태항산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남북 600km, 동서 250km의 크기에 하북성, 하남성, 산서성에 걸쳐 있어 그 규모가 우리나라의 산맥에 해당한다. 산에 다시 산을 얹은 모습이 큰 성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요새처럼 보인다.
태항산대협곡 중 하남성의 임주태항대협곡은 남태항산의 일부로 도화곡, 태항천로, 왕상암이 주요 관광지다.
하남성의 임주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호텔과 가까운 인민공원으로 가니 제법 큰 호수가 있다. 호수 주변에서 부지런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설이 미비한 유치원과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지켜봤다.
아침을 먹고 호텔을 떠나 추운 겨울에도 복숭아꽃이 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도화곡으로 향한다. 도화곡은 태항산대협곡의 입구 부분으로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진 경치가 일품이고 비교적 평탄해 트레킹하기에 좋다. 입구에 도착하기까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도화곡의 아름다운 모습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주차장에 내려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 후 전동카를 타고 이동한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절벽 사이로 작은 폭포가 흐르는 황룡담과 비룡협이 보이고, 폭포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함주(含珠)가 나온다. 도화곡의 물길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이고, 그 용의 입에 해당하는 부분이 함주다. 주변의 절벽은 12억 년 전에 형성된 물결무늬로 이뤄졌다.
가파른 절벽에 선반처럼 걸쳐있는 도로가 잔도다. 한적한 물길을 걷다가 잔도를 오르는 일이 스릴을 선사한다. 잔도를 따라 조금 더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면 계곡 사이에 돌이 끼어 있어서 물길이 두 줄기로 갈라지는데 이곳이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닮았다는 이룡희주다.
멋진 풍경을 벗 삼아 걷다보면 구련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앞에 놓인 징검다리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9개의 물줄기를 배경으로 추억남기기를 한다. 가끔은 소소한 것들이 여행길에 감동을 선사한다. 구련폭포 위쪽의 우리 교포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맥주 한 캔 마시며 여유를 누리는 것도 여행자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물줄기를 막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을 지나면 멋진 풍경을 병풍삼은 마을 도화동촌이 있다. 이곳 도화동촌에서 고가대까지 29Km 거리를 전동카를 타고 절벽 상단의 해발 1200m 도로 태항천로를 달리며 환산선 풍경구를 구경한다. 황사가 오죽 심하면 멀쩡한 날 우비를 주며 전동카를 타기 전 입으라고 한다.
태항산대협곡은 멋진 풍경만큼이나 순수한 삶이 함께한다. 작은 돌기와집에서 절벽 바로 앞까지 계단식 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을 닮았다. 넓고 높은 산과 깊고 험한 계곡 위를 달리며 발아래 펼쳐진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 환산선 풍경구가 대륙의 웅장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천길 낭떠러지 유리바닥의 평보청운전망대에 서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과 마주하는 것도 꽤 스릴이 있다.
이번 태항산대협곡 여행 중 마지막으로 만날 곳이 왕상암이었다. 안내책자에 의하면 왕상암은 깎아지른 절벽이 가파르고 풍수적으로 명당자리여서 많은 명인들이 은거생활을 했고, 3300년 전 상나라 왕인 무정이 피난해 은거생활을 하던 중 노예 부설을 만나 서로 문무를 가르치고 왕이 된 후에는 재상으로 삼았다는 전설에 의하여 왕상암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욕심은 끝이 없다. 그나마 좋은 날씨였다지만 황사 때문에 조망이 흐려 아쉬웠는데 공사 중이라 왕상암을 구경할 수 없단다. 수직절벽에 설치된 통제로 88개의 나선형 원통계단을 내려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마음으로 즐긴 값진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