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이 보약이다. 제철에 나는 농수산물에는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와 양식으로 인해 각종 농수산물들이 철을 잊은 지 오래다.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는 이 철 모르는 음식문화를 버려야 한다.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다.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심신으로 인해 이놈의 입맛이 집을 나갔다. 입맛을 되살리려면 보양음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좋을까. 아무래도 삼면이 바다인 여수이니 육류보다는 해산물이 더 좋겠다 싶어 지난 12일,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을 찾았다.
횟집 주인장이 추천한 8월의 수산물 '갯장어'박현주(43) 산호초횟집 주인장은 8월의 수산물로 '갯장어'를 추천했다. 이어 "갯장어의 가격은 매일매일 달라 진다"며 "시세가 좋을 때는 1kg에 6만 5000 원, 올해 가장 싼 가격은 4만 5000 원 이었다"고 말한다.
"갯장어는 샤브샤브와 회로 즐겨먹는데 횟감이 더 많이 나가요. 가장 맛있는 크기는 1kg에 2~3마리 정도가 적당합니다."
산호초는 가장 아름다운 바다의 보물이다. 그는 이곳 특화시장의 보물이 되고자 해서 가게 이름도 '산호초횟집'이라 이름 지었다. 올해로 11년째 생선을 다듬고 있는 그의 손놀림은 달인의 경지다. 그의 손 끝에서 한 점 한 점 오려진 생선은 접시에 담겨져 생선 꽃으로 다시 되살아난다.
힘이 펄펄 넘쳐나는 갯장어 역시 죽어서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잔가시가 많은 갯장어에 칼집을 촘촘히 넣어 껍질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한 뒤 뜨거운 육수에 데친다. 이 때 살랑살랑 흔들면 3~4초 후에 한 송이 예쁜 꽃 한 송이가 피어오른다.
갯장어, 성인병 예방은 물론 기력 보충에 좋아갯장어 샤브샤브다. 갯장어 샤브샤브는 손질한 갯장어의 머리와 뼈를 푹 고아 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마늘과 양파, 인삼, 대추, 녹각 등의 재료를 넣어 끓여낸다. 육수가 끓어오르면 칼집을 넣어 미리 손질해놓은 갯장어를 데쳐낸다. 데칠 때 오래두면 장어의 살이 부서지고 탄력이 없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갯장어를 '해만'이라고 하며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 데 뱀장어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설사가 있는 사람은 장어를 죽으로 끓여 먹으면 곧 낫는다'며 역시 보양식품으로 인정했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갯장어는 고혈압과 성인병 예방은 물론 기력 보충에 좋다. 껍질에 함유된 콘드로이틴은 관절기능 개선과 피부노화를 방지해준다. 칼슘 덩어리로 알려진 발라낸 뼈는 튀김을 해도 괜찮고, 육수를 우려내는 데 이용해도 좋다.
이곳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 횟집에서 원하는 생선을 골라 회를 뜬 후, 2층 식당가에 가서 먹으면 된다. 2층은 실비로 먹을 수 있는 장소와 양념을 제공해주는 식당(무진장맛집)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여수의 바다가 창가에서 출렁인다. 멀리 '돌산 제2 대교'도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갯장어 샤브샤브를 특제소스에 먹는 맛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갯장어회는 담백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오래도록 입안에 감돈다. 8월이 다 가기 전에 갯장어의 참맛을 제대로 즐겨보자. 무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이 싹 돌아올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