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천>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지사장 천원주)가 주관한 지역신문 디플로마 교육 '지방자치단체 해외 투자 유치와 지역 언론의 역할'에 참여했다. 6월 18∼20일에 부산·진해, 인천,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을, 7월 1∼8일엔 중국 베이징, 톈진, 쑤저우, 상하이, 홍콩 등을 탐방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중국의 경제특구와 비교해봄으로써, 인천이 동북아시아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시사인천>여섯 차례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기자말
10년간 연평균 10.1% 경제성장중국 동부 연안에 위치한 상하이는 황푸(黃浦)강을 경계로 푸시(浦西)와 푸동(浦東)으로 나뉜다. 푸시 지역은 와이탄으로 불리는 구도심으로 150년 전 상하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을 천명한 뒤 1992년에 푸동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개발하기 전까지, 푸시는 상하이의 도심이고 푸동은 농촌이었다.
상하이직할시의 총면적은 6340㎢이고, 그중 중심지는 600㎢로 서울과 비슷하다. 상하이 거주 인구는 약 2400만 명이고, 이중 호주(주민등록인구) 인구는 약 1400만 명이다.
상하이의 도심은 전부 평지이고 고가도로로 연결돼 있다. 도시 외환선(상하이 순환고가도로)을 기준으로 내부에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외부에는 저소득층이 거주한다.
상하이는 현재 자동차가 많아서(약 300만대) 번호판 추첨제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상하이시 번호판을 부착해야 내부 순환고가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상하이는 버스 전용차로가 없어 불편하고 교통체증이 심하다. 지하철이 현재 13호선까지 운행 중이고, 20호선까지 개통하는 게 목표이다. 2004년까지만해도 2개에 불과했던 노선이 2010년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기점으로 늘었다.
상하이 푸동신구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황푸강 서쪽 구도심 와이탄에서 바라보는 푸동신구의 '동방명주'를 비롯한 초고층 빌딩은 오늘날 중국의 위상을 상징한다. 푸동신구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중국이 건설하고 있다. 그전에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일본이 지은 것이다.
상하이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0.1%를 기록했다. 상하이의 GDP는 2008년 싱가포르 GDP를 추월했고, 2009년 홍콩, 2011년 서울의 GDP를 넘어섰다. 상하이의 GDP는 중국 전체 GDP의 4.2%를 차지한다.
2013년 기준 상하이의 GDP는 2조1398억 위안(약 380조8800억 원)이고, 이를 상주인구로 나눠 계산하면 1인당 약 1만4500달러다. 이는 중국 평균의 약 2.2배이다. 상하이의 현재 산업구조는 제조업이 42.3%, 서비스업이 57%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말 기준 상하이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약 33.4㎡(10평)이다. 상하이의 1인당 GDP가 중국 평균보다 높긴 하지만, 교육비와 주거비를 제외한 물가는 서울과 비슷하다. 상하이에서도 주택을 구입하는 데 17년 정도 걸린다.
홍콩에 싱가포르를 더한 곳이 상하이
상하이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곳은 1980년대 지정된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 4곳(홍차오·민항·차오허징 경제기술개발구와 진차오 수출가공구)과 1990년대 지정된 푸동신구와 자유무역시범구(와이가오차오·양산 보세항구와 푸동공항 보세구), 그리고 상하이항과 공항(홍차오·푸동 국제공항)이다.
황푸강 동쪽 지역은 모두 푸동신구로 통합됐으며, 1992년 중국 국무원이 경제특구를 비준했다. 푸동신구의 면적은 약 1210㎢이고, 인구는 약 518만 명이며, 지난해 GDP는 5929억 위안(약 105조 원)이다.
푸동신구는 1992년에 '국가'급 경제특구 개발계획이 수립됐고, 1998년 외국투자공작위원회(외국투자유치위원회)가 설치됐으며, 2002년 1단계·2010년 2단계 개발을 각각 완료했으며, 3단계 완료 시점은 2020년을 목표로 한다.
푸동신구는 홍콩이 지닌 국제 금융 허브의 위상과 싱가포르가 지닌 비즈니스·물류 허브의 위상을 통합해 이를 상하이에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지정됐다.
국제금융무역구·수출가공구·보세구역·하이테크산업구·현대농업개발구로 개발하고 있다. 하이테크산업구에는 외국자본과 연구개발(R&D)산업을 유치하고 있고, 현대농업개발구는 유기농 현대농업을 육성 중이다. 푸동신구의 남은 목표는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금융업 시장을 보면, 런던과 뉴욕이 1~2위, 홍콩이 3~4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상하이가 2011년 5위로 부상한 만큼, 2020년에 홍콩이 가지고 있는 국제 금융 허브 위상을 상하이가 대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 홍콩에서는 '런민비(인민폐, 위안화)'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지만 홍콩 이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세계 기축통화를 꾸준히 준비 중이고, 단계적인 금융 규제 완화로 푸동신구를 국제 자본의 집산지와 거래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 푸단(복단)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연구생으로 있는 노지은씨는 "상하이는 현재 물류중심이지만, 위안화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기축통화 위상을 점하게 되면, 상하이가 홍콩의 국제금융도시 성격을 대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상하이는 제조업·물류산업 등 기반 산업 토대가 있었기에 개발과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 향후 국제금융도시 목표도 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은 20~30년 장기계획을 세웠고,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가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물류산업 토대 위 금융산업 육성상하이가 국제금융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제조업과 물류산업의 뒷받침이 있었다면, 이를 견인하는 것은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28.8㎢)이다. 이 자유무역지대는 푸동신구 내 와이가오차오와 양산 보세항구, 푸동공항 보세구를 일컫는다. 이 지역에서는 제조·물류·금융·법률 등, 중국정부가 제한하는 분야를 제외한 전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가 완전 자유화된다. 지난해 8월 국무원 비준 후 9월 29일 정식 출범했다.
제한 업종은 도박유흥업(카지노·경마·복권·매춘)과 인쇄출판업(신문·잡지·출판·방송) 등 중국공산당이 제한하는 18개 업종이다.
세계 4대 경제권역 중, 미국과 일본이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에 나서고, 미국과 유럽이 TTIP(환대서양 경제동반자 협정)에 나서는 등,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가 시도되는 만큼, 상하이 자유무역 시범구를 이에 대한 대응 창구로 삼아 이 지역의 금융업과 서비스업에서 다양한 개혁·개방 조치를 시험 운영한 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적용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다.
1992년에 푸동신구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해 또 자유무역시범구를 설립하면서 상하이 집중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도 나라 전체를 개발하는 데 '투자금액의 총량'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 서부 내륙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상하이에만 집중하는 것은 곤란하다. 같은 경제특구인 톈진과 충칭에서의 견제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하이가 중국의 경제수도 역할을 하며 국제도시로 발전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상하이도 취업난은 심하다. 노지은씨는 "경제와 경영, 금융 분야의 중요성이 커져 푸단대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학부 졸업 경력만으로는 금융업계 취직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원과 인구가 풍부하고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 내수시장만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중국은 현재 '세계 공장'이라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도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다가 미국처럼 그 위상을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일까?
노지은씨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중국은 아직도 낙후한 서부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중국 내 투자와 개발 대상지역이다. 중국 동부 연안에 있는 경제기술개발구와 경제특구에서 창출한 부가가치가 다시 중국 서부로 투자되기에, 상당 기간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상하이에 '중국의 자신감' 깔려있어상하이에는 중국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외국인 투자기업에 주던 인센티브를 대폭 줄였다. 아울러 투자 시 의무고용할당을 없앴다.
이는 상하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센티브가 아니라, 시장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라는 식이다. 일례로 지멘스 그룹이 최근 충칭에 신규 공장을 지을 때, 충칭시정부가 '일자리를 몇 명 마련할 수 있느냐'고 했고, 지멘스는 '100명'이라고 했다.
과거 같으면 '그것밖에 안되느냐'고 문제 삼았지만, 일자리 우선에서 이젠 산업구조 선진화를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경제기반과 시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단지 마케팅과 국제적인 브랜드가 부족할 뿐, 기술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임금을 찾아 중국에 들어온 기업은 중국보다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대부분 이전했다. 중국 서부 내륙으로 이전하는 기업도 있지만, 물류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많지 않다.
중국의 이직률이 높은데, 이는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기업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기업 투자유치 중심에서 토종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울러 경제특구와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이룩한 성장의 혜택이 자국민들에게 주어지게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의 농산물 원재료 가격은 싼데 밥값은 비싸다. 식당 주인만 돈 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이 10~12%에 달하고, 17~20%를 기록한 지역도 있다. 4대 보험을 의무화하고 있고, 노동조합을 대중화해 자국 노동자의 임금소득과 복리를 증진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건 인구구조다. 1980년 대 '산아 제한 정책' 이후 현재 다이아몬드 형태다. 노동력이 줄어들고 고령화 사회로 변모한다는 얘기다.
한편, 개혁·개방정책, 경제개발계획 등 중국공산당의 경제정책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진행 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당내 3대 정파인 태자당과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에 모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당내에서 큰 반발 없이 구상하는 방향대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필주 재중한인회 상임부회장은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시절이 기업으로 치면 CEO 경영체제였다면, 시진핑 주석 체제는 오너(owner, 소유권자)십 경영체제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