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25일 오후 9시 14분]폭우 덮친 부산·경남 피해 속출 25일 부산·경남을 휩쓴 폭우로 오후 8시 30분을 기준으로 5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분 50분께에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 71번 시내버스가 물에 휩쓸리면서 승객 1명이 사망했다.
이 버스는 4명의 승객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이 사고 지점은 바다와 5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실종자들이 바다로 흘러갔을 경우 수색에 어려움을 겪을 것로 보인다.
부산에서도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후 3시 15분께에는 동래구 우장춘로의 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에서 50대와 10대 여성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오후 4시께에는 북구 덕천동에서 60대 여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생긴 급류에 휩쓸려 넘어진 후 떠내려가다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오후 4시 30분께는 기장군 일광면에서 불어난 하천물에 빠진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한 50여 여성이 숨졌다. 앞서 오후 2시 20분께는 북구 구포동의 신진2차 아파트 경로당이 산사태로 밀려온 토사에 깔려 붕괴하며 다수의 인명 피해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이날은 경로당이 문을 열지 않아 내부에 사람은 없는 상태였다.
구포동 양덕여자중학교에서는 산을 타고 내려온 물이 학교를 덮치면서 학생 400여 명이 로프를 이용해 옥상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벌어지기도 했다.
도시철도 범어사역, 구명역, 동래역 등 부산 시내 도시철도 지하역사가 물에 잠겨 일부 노선이 운행을 멈춰 퇴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더군다나 침수 등으로 주요도로까지 통제되는 곳이 늘면서 도심 도로는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동해남부선 철로도 일부가 침수되면서 부산 기장역과 울산 태화강역 사이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고리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빗물 과다 유입을 견디지 못한 취수펌프의 작동을 정지하면서 원전이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1신 : 25일 오후 7시 50분]물폭탄 맞은 부산시내 "순식간에 목까지 들어차"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진 부산 시내는 시간이 지나며 지하를 제외한 대부분의 침수 지역에서는 물이 빠진 상태이다. 하지만 폭우가 휩쓸고 간 시내 곳곳은 큰 피해를 입었다.
25일 오후 5시께 찾은 부산 연산동 온천천 일대는 들어찬 물이 모두 빠진 상태였다. 주민들은 곳곳에서 빗자루와 깨끗한 물을 이용해 흙과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하수구가 역류하며 올라온 찌꺼기가 뒤엉키면서 골목골목으로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연산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순식간에 (물이) 목까지 들어찼다"며 1.5m 가량까지 젖은 담벼락을 가리켰다. 이 지역에 있는 부산시 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쓰레기 봉지에 흙을 담아 겨우 완전 침수는 막을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상당수의 지하주차장과 지하상가는 폭우를 견뎌내지 못했다. 이 지역 빌라의 주차장은 완전히 침수돼 마치 저수지를 보는 듯 했다. 지하에 위치한 피씨방 역시 물이 계단의 입구까지 차올라 있었다. 청소를 하던 상인은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다가와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고 울상 지었다.
또 다른 인근 상인은 "하마터면 피씨방 안에 있던 학생들이 큰 일날 뻔 했다"면서 "이렇게 동네에 물이 차오르는데도 공무원들은 나와 보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상인이 이 말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여섯 명의 의경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맨손으로 온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였다.
도로 한복판과 길가를 가리지 않고 침수로 멈춰선 차량으로 인해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량 중에는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아 유리창 너머 차안으로 가득찬 물이 보였다. 자동차 배터리는 물에 젖어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보험사 차량을 불러 놓은 사람들은 길가에서 이제나 저제나 올 견인차를 기다렸지만 기약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여러명이서 차를 직접 밀고 가는 모습도 여러차례 목격됐다. 신호등 제어기까지 물에 잠기며 신호가 꺼진 교차로에서는 차가 뒤엉켜 오지도 가지도 못했다. 자동차로 평소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이날은 30분 넘게 걸렸다.
온천천의 아랫길은 완전히 물에 잠겨 이곳에 도로였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중간에 끊어진 아스팔트가 이곳이 도로임을 유일하게 설명했다. 이 지역뿐 아니라 북구에서는 경로당이 산사태로 완전 붕괴되고, 아파트 옹벽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져 1명이 구조됐다.
북구에서는 중학교가 침수되며 수업 중이던 학생 400여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지하철 선로가 곳곳에서 침수되면서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어 퇴근 시간 직장인들은 대체 교통편을 찾는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4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동래구에서는 차량이 물 속에 고립되면서 2명이 숨졌고, 기장군에서도 불어난 물 속의 차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50대 여성이 사망했다. 북구에서는 급류에 휩쓸린 60대 여성이 다시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소방본부에는 오후 5시를 기준으로 7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이 침수 복수를 인한 배수 작업 출동 (51건)이었고, 안전조치 (19건), 인명구조 (3건) 순이었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금정산의 지형적 영향으로 금정구, 북구 일대에 폭우가 내렸다"면서 "호우 경보는 해제됐지만 밤까지 5~2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