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동사무소 앞에 천막촌이 생겼네요". 동조단식 3일차인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유가족들을 돌아보며 농담을 건넸다. 김영오씨의 대통령 면담 요청을 받아줄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운 주민센터 앞 노숙 농성을 시작한 지 이날(25일)로 나흘째다.
첫날 깔개 반입마저 막아섰던 경찰은, 경찰차로 차벽을 치고 차벽 사이에 경찰을 배치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비닐과 차양막, 음식물 반입, 주민센터 1층 화장실은 개방했지만 유가족을 방문한 친인척, 의사, 활동가, 종교인까지 출입을 통제해 유가족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리가 죄인인가요? 유가족이 죄인이냐고요. 사방을 차벽으로 막아 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음식물도 들어오는 것만 받아 먹고 있는데 사실상 이게 감금당한 것과 뭐가 다르죠? 밖에 한 번 나갔다 들어오려면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라고 동의를 구한 다음에 나갔다 들어오고 있어요. 동생이나 삼촌 등 친인척이 우리를 만나러 와도 20여 분 이상 밖에 세워두고 들여보내지 않더군요."안산 단원고 2학년 10반 이은별 학생 이모는 차벽에 감금 당한 채 나오고 들어갈 때 매번 통제 당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차벽에 막힌 세월호 유가족들 "우리가 죄인인가요?"
"저녁에 토속촌 삼계탕 잘 먹었는데... 유민 아빠 생각하면... 오늘이 44일째인데... 아직도 아무것도 안 먹고 있잖아요. 어떻게 할 건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정말 우리 유가족 다 죽길 바라는 거야? 부산에 가서 민생을 챙긴다고? 여긴 정말 어떻게 할건지... 유민 아빠는 살려야 하잖아요."목사님이 '민우 아빠랑 밥 먹으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눈물에 밥 말아 먹었다'는 말씀에 많이 울었다며 말문을 연 경민 엄마는 목이 메는지 한참 울먹이다가 저 말 한 마디를 토해냈고 모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쳐냈다.
2학년 4반 최성호 학생의 아버지는 차벽으로 막힌 길을 나갔다 들어오는데 경찰이 막아 검문하면서 관등성명도 밝히지 않고 일일히 통제하고 자기들은 최대한 헙조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분개하며 대한민국 경찰이 맞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들의 꿈이 소방관이나 경찰관이었다던 한 엄마는 이렇게 털어놨다.
"불통 박통을 바라보며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개인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먼저 간 304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마지막 올라올 아이의 얼굴이 떠오를 것 같아 눈을 뜨지 않고 뒹굴어요... 하지만 뒹굴어서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아침마다 나오고 있어요. 솔직히 힘들어요.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지만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나와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몰라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의 움직임이 토네이도처럼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잖아요? 힘내야지요."닷새째 유가족과 함께 하며 단식 중인 한 목사님은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궁금하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속옷을 갈아입는 내가 4일 동안 두 번 밖에 속옷을 갈아 입지 못했다. 민우 아버지가 단식 전날 '최후의 만찬을 하러가시자'며 밥을 사주었다. 다섯 살 난 아들 아이가 전화를 해서 '아빠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응 아빠 지금 밥 먹는 중이야'라고 대답하다가 민우 아빠와 눈길이 마주쳤다.그때 민우 아빠가 '목사님, 저는 아들 아이와 소주 한잔 같이 마셔보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날 눈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유가족과 밥을 먹다 눈이 마주치면 눈물에 밥을 말아먹게 된다. 눈물에 밥 말아먹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일 주일 더 노숙해도 좋다. 내가 안전하게 있는 것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회개했다. 4월 16일 이후 까칠하던 내 삶이 바뀌었다.나를 움직이는 힘은 또 다른 나인 이웃들이다. 부모님들은 의원이나 신부, 목사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삶의 본질, 삶의 원동력, 삶의 진실을 여기서 보았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마신 숨을 우리가 마시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 아이들이 마지막 마신 숨을 우리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의 십자가를 포기할 수 없다."그는 마지막으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나라가 변한다, 특별법이 잘 만들어져서 대한민국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400여 명 15개 학교 동문 학생 교수는 25일 경희대부터 광화문을 거쳐 효자동 유가족이 머무는 곳까지 도보 행진을 한 뒤 유가족을 만났다. 유가족을 만난 총학생회장과 교수들은 "세월호 문제는 전국민의 문제고 국가의 안전 문제다, 교수 학생 시민이 움직이면 사회가 변한다, 건강 잃지말고 힘내라"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9월 3일 서울과 수도권 대학이 함께하는 대규모 도보행진을 다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