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청주행복산악회가 추월산에 다녀왔다. 추월산(秋月山)은 담양에서 14km 거리의 전남 담양군 용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에 걸쳐있는 가을 산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자료에 의하면 전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높이 731m에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석벽이 많고 아름다운 경치와 울창한 수림에 약초가 많이 난다. 자연 경관이 뛰어나고 춘하추동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1972년 전남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인근의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의 치열한 격전지였고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항거했던 곳이다.
아침 7시경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여산휴게소에 들릴 때만 해도 이번 산행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무엇이든 많이 먹으면 탈 나게 되어있다. 휴게소를 출발하고 멀리 가지 않았는데 배가 살살 아팠다.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달린다는 안내가 있었던 터라 오랜 시간 배탈을 참다 차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몸을 추스르고 10시 20분경 산행을 시작한다. 산의 초입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에 노송이 들어차 산행하기 좋을 만큼 편안하다. 돌탑이 있는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일행들 맨 뒤에서 힘들게 산행을 했다.
기운이 다 빠져나갔는지 온몸이 늘어졌지만, 오랜만에 인내력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기회였다. 처음 오른 산도 아닌데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난생 제일 힘들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래도 일행들이 떠난 전망대에서 한참을 쉬며 담양호의 멋진 풍경을 구경했다.
전망대에서 왼쪽 산 중턱 절벽을 자세히 바라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물줄기가 가는 폭포와 절의 기와가 보인다. 숨바꼭질하듯 울창한 숲 속에 꼭꼭 숨어있는 사찰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왜 보리암이 추월산 산행의 클라이맥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
등산로에서 100여m 비켜 있어 힘들게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는 보리암(菩提庵)은 백양사의 말사로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였다. 역사에 비해 규모가 작고 사찰 일원이 전남문화재자료 제19호이며 법당인 대웅전과 요사채만 있다. 낭떠러지에 위치해 암자에서 바라보는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담양호를 담양의 금성산성과 순창의 강천산이 뒤편에서 감싸며 절경을 만든다.
고려 때 지눌 스님이 좋은 땅을 찾기 위해 나무로 세 마리의 매를 만들어 지리산에서 날려 보냈는데 순천 송광사터·장성 백양사터·추월산 보리암터에 앉아 이곳에 절을 짓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의 부인이 왜적에게 쫓기자 보리암 바로 아래 절벽에서 몸을 던져 순절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멋진 경치도 구경하고 일찍 떨어진 물도 보충했다.
보리암에서 뒤편의 보리암 정상까지는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힘들게 올라야 한다. 계단에서 바라보이는 멋진 풍경들이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곳까지 오르면 고생 끝이다. 주변에 편히 앉아 식사하기 좋은 곳도 많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니 발걸음도 빨라진다.
보리암 정상을 조금 벗어나면 추월산 정상 방향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추월산 정상까지는 거리가 꽤 멀지만, 슬랩을 지나면 대죽이 늘어선 평탄한 산길이 이어져 비교적 쉬운 산행을 한다. 정상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남기고 멀리 구름 위로 고개를 내민 산봉우리들을 감상한다.
월계리로의 하산 길은 거의 아랫부분까지 뾰족한 돌들이 발길을 더디게 한다. 계단과 너덜길에서 한참 고생하다 보면 계곡에서 물소리가 힘차게 들려온다. 비온 끝이라 수량이 제법 많아 길옆의 계곡에 발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처음 산행을 시작한 주차장까지는 펜션들을 구경하며 마을 입구로 나가 차도를 500여m 걸어야 한다.
예정대로 2시 50분경 담양호국민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하며 4시간 30여 분의 산행이 끝난다. 여자 회원들의 정성이 담긴 냉커피로 더위를 식히는데 길 건너편으로 높이가 아찔한 담양호구름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담양호를 끼고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담양호를 가로질러 담양호 주변과 추월산의 경관을 멀리서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좋은 산악회는 뒤풀이도 멋있게 한다. 입맛대로 골라 먹으라고 즉석에서 부쳐낸 빈대떡과 양념간장이 맛있는 도토리묵 안주에 소주, 맥주, 막걸리가 등장한다. 신명 좋은 회원이 장타령을 한 곡조 시원하게 뽑으며 흥을 돋운다. 차 안에서는 협찬받은 더치커피를 가위바위보로 가져가는 시간도 가졌다.
몸이 피곤한 하루였지만, 과음으로 쌓인 불순물 땀으로 다 빼내니 기분이 상쾌하다. 이 맛에 산행한다. 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이서휴게소와 신탄진휴게소에 잠깐씩 들리며 부지런히 출발지인 청주로 향한다. 눈을 감은 채 2008년 금성산성에서 바라본 추월산과 작년 가을 강천산 단풍산행 왔을 때를 떠올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