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는 자신의 이름을 장식할 여러 가지 유적을 남겼다. 만리장성과 시황릉 병마용갱이 대표적일 것이다.
시황제는 또 불로초를 찾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기원전 219년에 시황제의 명에 따라 서복이라는 인물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 수천 명을 이끌고 동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서복이 실제로 불로초를 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진나라를 떠난 서복은 다시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불로초를 구한 뒤에 그곳에 눌러 앉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로 불로초를 구했다면 굳이 진나라로, 시황제 밑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색다른 불로초 이야기이 불로초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영지버섯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긴 2000년도 더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를 이제와서 정확히 알기는 힘들 것이다. 작가 장용민은 자신의 2014년 작품 <불로의 인형>을 통해서 이 불로초에 관한 이야기를 색다르게 들려주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정가온이라는 인물이다. 서른 여섯의 나이에 국내 최고 갤러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미술품 1급감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이 대부분 그렇듯이 정가온의 가정도 평온하거나 행복하지는 않았다. 정가온의 아버지는 남사당패의 우두머리였던 꼭두쇠, 직업의 특성상 그의 아버지는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 정가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을 정도다.
정가온은 당연히 아버지를 원망하고 증오하면서 살아왔다. 일류대학을 나오고 미술계통에서 나름 성공하기까지 어머니의 뒷받침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머니도 없다.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지인에게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외아들인 가온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남사당패의 우두머리는 사망하면서 자신의 유품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법. 가온의 아버지는 묘한 형상의 중국 고대 인형을 가온에게 남겨주었다. 미술품 감정사인 가온은 이 인형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엄청난 작품이라는 것을 꿰뚫어본다. 그때부터 가온의 주변에서는 이 인형을 차지하기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는 사람들이 다가온다. 당연히 가온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 인형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살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망<불로의 인형>은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면서 진행된다. 하긴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서 한반도에 왔다가 일본에 정착했다는 설도 있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서복이 실제로 불로초를 구했다면 외딴 섬나라에서 하나의 왕국을 이루어서 살고도 싶었을 것이다.
꼭 진시황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늙어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도 없다. 그러니 사람들 앞에 실제로 불로초가 쌓인 가판대가 펼쳐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멸에는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도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태도가 변할지 모른다.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은 보편적인 욕망일 테니까.
'영원한 삶'은 그동안 많은 작품들에서 다루어져 왔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부터 영화 <하이랜더>까지. <화형법정>처럼 '죽지 않는 인간'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도 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영원히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하지만, 오래 사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강철같은 사람이라도 늙고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늙어서 돌아가는 것도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은 그보다 더 두려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엘릭시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