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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중산고, 2학년)씨가 청소년 단식을 선언하고, 오는 토요일 5시 광화문에서 청소년 공동행동을 제안하고 잇다.
양지혜(중산고, 2학년)씨가 청소년 단식을 선언하고, 오는 토요일 5시 광화문에서 청소년 공동행동을 제안하고 잇다. ⓒ 박윤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조단식에 약 2만5천 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도 단식을 선언했다.

양지혜(중산고 2학년)씨와 김한률(포곡고 2학년)씨는 '청소년도 특별법 제정을 위해 행동하겠다'며 동조단식을 선언했다. 이들은 8월 28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토) 오후 5시 광화문 앞에서 '청소년의 하루 동조단식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을 제안했다.

이들은 토요일 5시 광화문에서 청소년이 모여 이야기 할 수 있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청소년 집회가 끝난 후에는 세월호 범국민 집회에 참여한다. 이후 청소년의 참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광화문에서 연대할 생각이다. 양지혜씨는 "(이번 집회가) 청소년의 움직임을 모아낼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양지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양씨는 이 글에서 "고립된 책상 속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싸워야 합니다"라며 "거리에 나와 (청소년이)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보여줍시다"라고 강조했다.

김한률씨는 기자회견에서 "목요일 0시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입시생 신분이 고통이지만,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잊을 수 없는 그날을 기억하며, 학우 여러분께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청소년도 행동에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가만히 있으라' 최초 제안자 대학생 용혜인(25)씨는 '개강 첫 주 수업을 반납하고 특별법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겠습니다'라며 대학가 및 번화가를 돌며 세월호 캠페인에 들어갈 것을 밝혔다.

 김한률(포곡고 2학년)씨가8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자보사진. 청소년이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한률(포곡고 2학년)씨가8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자보사진. 청소년이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김한률

다음은 양지혜씨가 단식을 선언하며 쓴 글 전문이다.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양지혜 (중산고, 18)

1.단식을 시작하며 밥을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함께 사는 일일 것입니다. 유가족 분들이 단식을 시작하신 7월 14일 이후, 광화문 광장에는 동조단식을 하는 시민들이 모이고 있고, 전국적으로 동조단식자가 2만명이 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같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35일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세월호가 가라앉던 4월 16일을 잊지 못합니다. 눈앞에서 수백 명이 수장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충격, 사람보다 경제적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절망과 무력감…….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허물어지고 가라앉는 것 같았습니다.

세월호 이후,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매주 토요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참여하며 세월호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하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많이 듣는 청소년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일고여덟 시간 동안 거리를 걸으며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일은 고된 일이었지만 동시에 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타인의 슬픔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은 흔치 않으니까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은 저에게 인간성의 복원이었습니다.

저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고 나의 하루를 영위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40일이 넘도록 곡기를 끊으신 상태이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들의 움직임은 청운동 주민센터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또다시 우리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4월 16일처럼 무력하게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단식이라는 건, 누군가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지 않겠다는 양심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는, 같이 먹고 함께 살자는 공존의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오 씨의 단식을 지지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저는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외치려 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2.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우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일입니다. 저는 우리가 교실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시경쟁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이다지도 많은 학생들은 각자의 고립되고 맙니다. 때때로 우리가 기계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보다 이윤을 중요시하는 이 사회는 우리에게 인간이 될 것이 아닌 상품이 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죽음의 체제에 저항하고, 사람을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고립된 책상 속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싸워야 합니다. 저는 제안합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은 청소년들은 8월 30일 5시 광화문으로 나옵시다. 거리로 나와, 우리가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보여줍시다.

저는 때때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소년입니다. 그러나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배웠던 것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함이었습니다. 핸드폰에 성호의 사진을 묻은 채, 이제 성호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울먹이는 성호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저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정말로 사람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책상 밖으로 나와 주세요. 거리로 나와 사람을 이야기 하고, 사람에 연대해주세요.
저는 토요일 5시 광화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청소년#단식#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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