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게 다니던 회사에 잠시 쉼표를 찍고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2달째입니다.
휴직을 하게 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조금씩 정리하자고 맘 먹었지만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는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지내면서 뭔가 나 혼자 하는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맘만 먹고 하지 못했던 것 중에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을 꺼내봤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맘 전하기!
어린이집 선생님이 쓴 손편지... 감동이었습니다 지난 1월 인사 이동이 있으면서 아이가 3살부터 다녔던 어린이집(직장보육)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뚜껑을 열어야 아는 것이 인사'듯이 인사명령이 나기 며칠 전까지 어디로 갈지 잘 몰랐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어린이집을 옮기지 않고 1년만 더 이 어린이집을 다니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국구 회사답게 대전에서 광주로 전출을 가게 되었고 전출 이삼 일 전에야 어린이집을 옮겨야 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삼 일 동안 저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라는 걱정만으로 밤잠을 설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그동안의 아이 생활을 정리한 파일과 아이에게 직접 쓰신 손편지 그리고 엄마인 제 앞으로도 빽빽히 써내려간 편지가 든 가방을 주셨습니다.
그날 아이를 데리고 가던 차안에서 잠시 편지를 읽다가 한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져서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살 때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낮잠시간만 되면 방긋방긋 웃다가도 업혀서 잠들기를 좋아하던...' 사실 아이가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잠잘 때 업혀서 잠들기를 좋아하는지, 엄마인 저는 잘 몰랐습니다. 아이를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기고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다 돌아오면 돌봐주시는 분이 재워 주시고, 그때서야 비로소 아이 옆자리에 가서 토닥거리다가 잠들기를 몇 년 동안 계속했던 엄마였으니까요. 때문에 낮시간에 아이를 재우기 위해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업고 재워주셨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저 잘먹고 잘 놀다 오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날 편지를 보면서 우는 엄마에게 아이가 당황하며 묻습니다. 왜우는지.
"감사해서야. 선생님이 너무도 감사해서...."감사한데 왜 우냐며 아이는 그동안 자신의 활동이 담긴 앨범을 들추며 좋아했습니다.
업어 잠드는 걸 좋아하는 아이, 엄마는 몰랐다
그렇게 이사하고, 아이 어린이집을 옮기고 정신 없는 1월을 보냈습니다. 또 2월, 3월 그리고 8월까지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답장을 해야지 했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쓰고 지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의 아가씨들인 선생님들이 어쩌면 저렇게 아이들을 잘 아실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잘알고 잘 돌봐주시던 선생님. 여섯 살 때 반이 바뀌어 잠시 다른 반 선생님이 되셨을 때에도 본인이 세살 때부터 키워주신 그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의 반에 자주 들락거리시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 여럿이 선생님 양다리며 양팔에 주렁주렁 매달려 선생님 가지 말라고 장난치는 모습이 눈이 선합니다. 그리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통통해서 무게가 꽤 나가는 제 아이를 업고 재우시는 모습까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가 세 살이 되면서 가족이 아닌 처음 만난 세상 어린이집에서 하루종일 선생님과 함께 했다는 것,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언제 물어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은 '한OO선생님'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이 아이의 8할은 선생님이 키우신 겁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9월에는 꼭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손편지 답장을 써 보내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직장보육이라 그저 편하게 맡기자는 생각으로 아이를 세 살부터 맡겨왔습니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아무런 신경도 못쓰고 그저 맡기는 사이에 아이는 훌쩍 커서 일곱 살이 되고 마지막 1년을 다니지 못하고 이사하고 어린이집을 옮겼습니다. 그때 선생님께 받았던 편지가 지금도 가슴을 촉촉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답장을 못하는 미안한 마음. 9월에는 꼭 답장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