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도심에 내건 실명 현수막 수십 개가 누군가에 의해 칼로 찢기는 등 심하게 훼손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악구 30여 개, 도봉구 10여 개 칼로 훼손돼지난 8월 29일 서울 관악구 주민 40여 명은 신림역부터 서울대입구까지 4.16km에 달하는 거리에 노란색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수막에는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세월호 진실! 못 밝히시나요? 안 밝히시나요?' 등 저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관련기사: 거리로 나선 이 할머니... 어버이연합과 다르다) 주최 측은 당초 325개를 설치한다고 알렸으나, 행사 당일까지 이어진 시민의 성원으로 총 536개를 제작해 걸었다.
예상보다 현수막 개수가 늘어난 탓에 29일 오후 5시께 시작한 설치 작업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또 설치 구간도 '신림-서울대입구'에서 '난곡사거리-신림-서울대입구'까지 연장됐다. 주민 2~3명이 짝을 지어 가로 60cm, 세로 120cm 남짓 현수막을 전봇대와 가로수에 일일이 매달았다.
하지만 31일 오전 난곡사거리 부근에 설치된 현수막 30여 개가 난도질 당해 훼손된 채 발견됐다. 훼손된 현수막은 주민들이 복구해 다시 내건 상태다.
이날 행사에서 실무를 담당한 박정열(37)씨는 "훼손된 현수막이 발견되기 직전 '세월호 불법 현수막 신고를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취지의 글이 일부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1일 오후 경찰서를 방문해 CCTV 확인을 요청하는 등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도 주민들이 내건 세월호 실명 현수막 12개가 칼로 찢기는 등 훼손된 채 발견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창동 주민 8명은 쌍문역-방학 사거리까지 약 2km에 달하는 거리에 노란 현수막 140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당일 저녁 현수막 4개가 훼손됐고, 이어 1일 오전 8개가 추가로 훼손된 것이 발견됐다.
현재 주최 측은 훼손 정도에 따라 일부는 보수하고, 훼손이 심한 현수막은 수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