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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2호선 계획 재검토 여부'를 놓고 광주광역시가 뜨겁습니다. 이에 기존 방식 변경에 반대하는 주장글이 <오마이뉴스>에 들어와 싣습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찬반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으로 당선한 윤장현 시장.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으로 당선한 윤장현 시장. ⓒ 강성관

안철수의 '새정치'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6·4 지방선거에서 무명의 시민운동가를 광역단체장으로 당선 시킨 일이다. 군대 시절만 빼고 광주를 떠난 적이 없음을 무엇보다 큰 자랑으로 삼는 토박이에서 한국정치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하지만 당선 직후 윤 시장이 발표한 시정 계획은 기대만큼 참신하지 않았고, '민선 5기에서 결정된 시정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게 주된 기조였다. 그 재검토 대상에는 도시철도 2호선(아래 2호선) 건설계획도 포함됐다. 2호선은 사업비가 2조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10여 년에 걸친 각고 끝에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윤장현 광주시정이 제시한 2호선 재검토 사유는 인구 추정 오류와 운영수지 적자, 두 가지다. 그 중 전자는 2호선과 무관한 것이므로 생뚱맞고, 후자는 공공사업의 특성상 감수해야 할 문제라 특별할 것도 없다. 시장직무 인수위의 특별TF팀(아래 특별TF팀)이 윤 시장에게 보고한 재검토 사유는 더 가관이다. 진행 중인 2조 원짜리 사업을 뒤엎겠다는 취지로 작성한 4쪽짜리 보고자료에는 무지에서 비롯된 의구심만 있을 뿐 논리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존계획 변경의 심각한 위험성

현재 설계가 진행중인 2호선은 '저심도지하철' 방식이다. 반면 특별TF팀은 건설 비용이 저렴한 트램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트램 방식이 성공하려면 교통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로지 건설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트램을 채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무엇보다 트램은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지하철의 표정속도(역간 정차시간을 고려한 평균 이동시간)는 35~40km/hr인데 트램은 10~15km/hr에 불과하다. 때문에 트램이 버스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기존 자동차도로에 트램을 설치하는 방식은 차량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아래 예타)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크다.

거기에다 기존 2호선 계획을 철회하고 건설 방식을 변경할 경우 6년이 넘는 기간을 들여야 다시 현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망구축계획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승인, KDI(한국개발연구원) 예타, 기본계획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승인, 기재부의 총사업비 승인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행정절차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2호선계획은 무산된다.

백 번 양보해 모든 행정절차를 다 통과하고 국비를 확보해 트램을 건설했다 치자. 그런데 느린 속도 때문에 트램 이용자가 너무 적다면? 그리하여 트램의 운영적자가 저심도지하철의 예상 적자 규모보다 훨씬 크다면? 더구나 트램이 점령한 궤도노선 때문에 교통혼잡 및 대기오염 문제까지 더욱 심각해진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건가.

도외시한 경제성분석결과

 지난 2004년 개통한 광주지하철 1호선 1구간 모습.
지난 2004년 개통한 광주지하철 1호선 1구간 모습. ⓒ 오마이뉴스 안현주

2호선 운영적자에 대한 우려는 윤장현 시정이 재무성분석(financial analysis) 결과에 몰두한 나머지 경제성분석(economic analysis) 결과는 도외시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성 측면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경제성분석 결과가 아닌가. 예컨대,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의 2호선 타당성분석 결과에 의하면, 2023년 기준 2호선 운영수지 적자 예상액은 232억 원이고 편익은 2134억 원이다. 따라서 공공의 관점에서는 편익에서 운영수지 적자를 차감한 1902억 원(=2134억-232억)만큼의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옳다(참고로, 2010년에 수행한 KDI 예타에서는 2023년도 운영수지를 9억 원 흑자로, 편익을 1801억 원으로 산정했다).

도시철도같은 공공사업에서 대규모 비용은 사업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반면, 편익은 사업결과물이 폐기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편익의 명목가치(nominal value)는 비용의 명목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전술한 타당성분석결과에 의하면 2064년까지 발생할 총편익 및 총비용의 명목가치는 각각 9조 1055억과 4조 5745억이다. 따라서 명목가격으로 평가한 2호선사업의 순편익(net benefit)은 무려 4조 5310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운영적자를 감수하면서 도시철도를 계속 확장하는 이유 역시 도시철도가 이처럼 막대한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면밀한 경제성분석을 통해 2호선 계획이 경제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이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그 계획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 실패한 사업의 전형처럼 언급되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에도 현재 시점까지 투입된 재정부담액을 매몰 비용으로 간주한 상태에서 경제성분석을 다시 시행하고, 만일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운행을 중단하고 노선을 폐쇄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다. 지금 광주시가 하는 것처럼 단기간의 토론을 통해 건설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나설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바란다

윤장현 시장은 소통을 유난히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소통에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2호선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구성한 기술자문 TF팀의 1차회의에서 위원 대다수가 2호선을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위원 중 한 사람인 아무개 교수가 원안에 반대하는 인사들 5명을 TF팀에 새로 충원했단다. 시장의 지원 없이 이런 독단이 가능했을까?

확대 개편된 TF팀의 32인 위원 중 무려 12인이 특정 교수 혼자서 추천한 인사들인 셈이다. 이 TF팀의 4개 워킹그룹 중에서 하필이면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분과에 특정 교수가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정 의견을 지닌 인사에게 의견수렴 역할을 맡기면 왜곡된 조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윤장현 시장에게 조언한다. 최소한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다루는 동안만이라도, 그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자들과 소통을 지속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사회 상황이 크게 변해도 생각을 바꿀 줄 모르는 완명한 일부 시민운동가들도 멀리해야 할 대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100인 시민위원회'나 '시민 쓴소리 위원회'라는 것도 자칫하면 지역 명망가들의 집합소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진정한 소통은 증폭장치에 대고 자기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는 보통시민들과 행해야 한다. 비록 벼슬은 높지 않더라도 성실하고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는 실무자급 시청직원들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이 먼저 방향을 정해놓고 소통하겠다고 나서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시장 혼자서 판단하기 어려운 현안이 생기면 백지상태에서 실무자의 의견부터 묻는 것을 상책으로 삼아야 한다. 2호선 문제도 그렇게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윤 시장이 그렇게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신인다운 참신한 정치적 상상력까지 발휘한다면, 취약한 지지기반이 도리어 강고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순정한 도시 광주가 '당신들의 천국'이 아니라 시정구호처럼 참으로 '더불어 사는 광주'가 되고, '더불어 행복한 시민'의 터전이 될 것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석현님은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윤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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