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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 취급 못 받는 것 같아 억울하다."

군산에 사는 A씨는 1급 지체장애인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런 A씨가 약 40분 거리의 전주까지 가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름 전부터 장애인 콜택시(특별교통수단)에 전화를 해야 해요. 보통 새벽 6시부터 전화를 해야 7시 즈음 연결이 되죠. 그런데 연결이 돼도 전주에 가고 싶은 날짜에 예약이 다 차면 갈 수 없죠."

2일 오후 A씨를 만난 곳은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이곳에서는 '장애인도 추석에 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라고 외치는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자리에 A씨도 함께했다.

 2일 오후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들이 시외와 고속버스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 장애인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었다.
2일 오후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들이 시외와 고속버스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 장애인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었다. ⓒ 문주현

"군산에서 전주까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면 4만 원에서 10만 원이 들어요. 시외버스터미널은 처음 왔는데, 전주에서 군산까지 5600원밖에 하지 않네요. 저 같은 장애인이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A씨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는 비교적 저렴한 4만 원 수준으로 군산과 전주를 왕복하여 다닌다. 그러나 보름 전부터 예약을 해야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개인이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부르는 게 값. 보통 군산에서 전주는 10만 원을 부른다. 기름 값이 포함된 가격이다.

운 좋게도 A씨는 이날 새벽에 예약에 성공하여 군산에서 이곳 전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예약은 편도만 성공했다. 전주에서 군산까지 가는 것이 문제다.

고속버스·시외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 0%

2일 오후 전국 11곳의 시·도에서 장애인들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도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일 오후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들이 시외와 고속버스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일 오후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들이 시외와 고속버스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문주현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한 지체장애인 B(전주시 평화동)씨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역의 경우,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도 저상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005년 장애인 등의 이동권을 보장을 위해 제정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는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이동권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중교통은 장애인들에게 무척 어색한 이동시설이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국적으로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14.5%에 불과한 상황이고, 고속 및 시외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0%다"라면서 "이동편의증진법이 만들어져 있지만, 법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0%라는 것은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민족의 명절을 앞두고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크다는 것을 대변한다. 특히 전라북도는 시외버스를 통해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장애인들은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외버스회사들은 지체장애인들의 탑승을 꺼려하는 분위기.

시외버스 표까지 샀는데, 승차 거부 당한 장애인들

이날도 지체장애인들은 순창과 진안, 정읍, 군산, 부안행 표를 사서 시외버스에 탑승하려 했지만, 버스회사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제지 앞에서 실패했다. 시외버스들은 이들을 두고 출발했다. 이들이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없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지체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시외버스에는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지체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시외버스에는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 문주현

이날 장애인들을 더욱 서글프게 만든 것은 전주시외버스터미널과 버스회사 관계자들의 태도였다. 버스를 타기위해 표까지 구입한 이들이 막상 버스에 타려고 하자, 휠체어를 실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일부 관리자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불편을 주냐?"며 되려 장애인들에게 타박을 줬다.

발이 묶인 장애인들의 항의에 고성으로 되받아 친 관리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한 관리자는 여성장애인에게 "내가 업어서 태워주겠다. 업혀랴"며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여성장애인이 타고 있는 휠체어는 실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전북지역 버스업계의 대표단체인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면담도 성사되지 못했다. 터미널까지 나올 수 없으니 약 5Km 떨어진 금암동 사무실까지 직접 오라는 뜻을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금암동 사무실은 입구가 비좁고 4층에 위치하고 있어 이들이 가도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타지 못해 남은 표는 환불했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늘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시외 및 고속버스 이동권 확보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일 오후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들이 시외와 고속버스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시외버스에 타고자 했지만, 탈 수 없었다.
2일 오후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들이 시외와 고속버스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시외버스에 타고자 했지만, 탈 수 없었다. ⓒ 문주현

한편, 고속 및 시외버스 저상버스 도입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16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차량개발·개조 등의 지원에 소요되는 국가재정 문제, 안전성 문제 등 추가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많다"면서 단기간 해결하기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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