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높은 가운데, 퇴직 공직자들의 유관 기업 취업 현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높은 가운데, 퇴직 공직자들의 유관 기업 취업 현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 오마이뉴스

[사례①] 농림축산식품부 출신의 공직자 A씨는 지난 2월 17일 퇴직했다. 그후 한 달도 안 돼 A씨는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이사로 재취업했다. 주요 식품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협회는 회원사 이익 증진을 위해 정부의 김치 관련 정책과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례②] 육군 군수사령부 보급계획과장, 육군 종합정비창 특수무기정비단장을 지냈던 B씨는 퇴직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 1일 다시 취직했다. 그곳은 방탄복 등 군수 물자를 제조, 가공하는 방위산업체인 C사. C사는 오는 2015년 1월까지 강원도 동부전선의 일반전초인 GOP에 신형 방탄복을 제공하기로 군수사령부와 계약돼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높은 가운데, 퇴직 공직자들의 유관 기업 취업 현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 공직자의 민간 기업 취업 제한을 둔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퇴직한 공직자가 유관 기업에 취직해 업체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3일 오전 기자설명회를 열고 '2014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참여연대가 안전행정부로부터 받은 '취업심사 명단' '취업승인현황 명단' '적발된 임의 취업자'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같은 형식의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육해공군·경찰·금피아 등 수상한 '인생 2모작'

 정홍원 총리. 지난 7월 8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와 관련해 국무총리 소속 (가칭)'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민관 합동 추진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정홍원 총리. 지난 7월 8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와 관련해 국무총리 소속 (가칭)'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민관 합동 추진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아래 공직자윤리위)는 257명에 대한 취업심사를 벌였다. 공직자윤리위는 이중 33명에 대해 업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해 취업을 제한했다. 나머지 224명은 퇴직 후 취업예정자 중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돼 취업을 허락했다. 참여연대는 취업이 허락된 224명 중 21.8%에 해당하는 49명에 대해 업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 부처별로 보면 국방부 소속이 15명에 이른다. 해군사관학교장, 해군 군수참모부장을 지낸 한 공직자는 퇴직 후 7개월 만에 현대중공업 상무로 취직했다. 현대중공업은 각종 군함 수주 업체로 특히 차세대 잠수함 선정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어 해군 군수 물자를 맡았던 업무와 연관성이 높다.

또 육군 5사단 전차 대대장을 지낸 한 인사는 지난 7월 31일 퇴직해 그 다음날인 8월 1일에 현대로템의 차장으로 취직했다.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상용 전차를 개발하는 방위산업체다. 또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군수참모처에 오래 근무한 한 인사는 퇴직 후 한진중공업 부장이 됐다. 한진중공업은 해군의 각종 초계함·호위함을 건조하는 업체다.

경찰 출신 인사들의 수상한 재취업도 눈에 띈다. 광주 북부경찰서장, 광주 남부경찰서장 등 광주·전남 지역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퇴직 후 경비업체인 에스원 호남본부 상근 고문에 임명됐다. 에스원은 보안 시스템을 다루는 곳으로 각 지방경찰청장은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체를 지도·점검해야 하는 권한을 갖는다.

'금피아'(금융+마피아) 의심 사례도 있다. 금융위원회 국제협력관은 퇴직 후 우리종합금융 사외이사가 됐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은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감독·제제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예금보험공사에서 인사지원부장을 했던 공직자는 우리아비바생명의 상근 감사로 취직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보험사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을 지도·감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공직자윤리법 17조·18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가 퇴직 후 2년 이내 민간 기업에 취업하려면 퇴직 전 5년간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공직자윤리위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월 6일, 관피아 근절 대책 포함한 공직사회 혁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을 강화했다. 

참여연대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 업무로 확대해야"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현행 공직자윤리법 상 업무 관련성의 범위가 소속 부서로만 한정돼 있다"라면서 "이로 인해 이해 충돌을 방지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속 기관 업무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윤리위가 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라며 "이는 안전행정부 산하기관으로서 한계 때문이며 윤리위의 제도적 독립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직자들의 전문성을 고려하면 퇴직 재취업을 막을 수 없다"라면서도 "관련 기업과 직전 기관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면 규제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처장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 됐던 해피아·관피아 등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기업체의 이익에 공직자의 전문성이 활용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피아#퇴직 후 취업제한제도#참여연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