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완강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측이 3일 법정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해군의 활동 내용(아래 활동내용)'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해군은 '군사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유가족들이 해군 3함대 사령부를 상대로 낸 활동내용 증거보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가운데 이날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첫 준비기일이 열렸지만 양측은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논의를 다음 준비기일로 미뤘다. 특히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의 공개 여부를 두고 양측은 뜻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당시 해군의 대응에 문제점은 없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활동내용의 증거보전신청을 했고, 2일 법원이 받아들인 바 있다. 해경과 달리, 해군의 침몰 당시 활동과 관련된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해군, '군사기밀' 이유로 KNTDS 공개 거부
유가족 측이 해군에 요구한 내용은 음성교신 내용과 KNTDS로 요약된다. KNTDS는 해군의 레이더 영상으로 보면 되는데, 앞서 해군은 "음성교신 내용은 공개가 가능하지만 KNTDS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해군은 '2급 군사기밀'인 KNTDS의 경우 비공개하는 게 원칙인 데다가 이를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논리로 유가족 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유가족 측 변호인인 양희철 변호사가 "일정기간 '비밀취급인가'를 내줘 기밀 내용을 제외한 일부만 공개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지만 해군은 KNTDS가 증거로 채택돼 공판조서에 남는 것 자체를 기밀유출로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해군 레이더 영상을 공개하는 게 심각한 군사위협인가'를 두고도 양 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해군은 '만약 세월호가 해군 레이더에 들락날락하는 게 공개되면 레이더의 탐지범위가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레이더 탐지범위의 경계를 드나들며 세월호가 움직였다'는 가정 아래, KNTDS가 공개되면 적이 세월호의 움직임을 보고 레이더 탐지범위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가족 측 변호인인 양홍석 변호사는 "침몰할 당시 세월호는 육상에 근접해서 운항하고 있었다"며 "해군 레이더가 육상에서 근접해서 운항하는 배의 탐지능력도 없다면 국가안보상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는 육지 가까이에서 운항 중이던 세월호가 꾸준히 해군 레이더망 안에 머물고 있을 것이므로 레이더 탐지범위가 노출될 수 없다는 말이다.
한편 다음 준비기일은 추석이 지나 22일 이후 열릴 예정이다. 두 번째 준비기일에서 양 측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KNTDS의 공개여부를 논의하고, 공개하기로 결정한 음성교신 내용을 확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