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도체 칩 가격 담합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AF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은행카드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가격을 담합한 한국 삼성전자,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필립스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EU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액 1억3800만 유로(약 1405억7천만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3510만 유로(약 470억 원)이며 인피니온 8280만 유로, 필립스 2010만 유로다.
EU는 "한국, 독일, 네덜란드의 대기업이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양자 간 접촉을 통해 반도체 칩 가격에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고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이들 기업과 함께 가격을 담합했으나 먼저 EU에 담합 사실을 폭로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삼성전자도 조사에 협조한 덕분에 과징금을 30% 적게 부과 받았다.
필립스는 반도체 칩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지만 과징금은 내야 한다. 하지만 인피니온은 "자체 조사 결과 우리는 전혀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EU의 조사 결과는 근거가 없으므로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디지털 시대에 반도체 칩은 스마트폰, 은행카드, 여권 등에 들어가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가격을 담합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기업은 담합이 아닌 생산 경쟁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며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EU를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세계 최대 컴퓨터 칩 기업 인텔이 경쟁사 AMD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컴퓨터 제조업체 델, 휴렛패커드, 레노버 등에 금품을 지급한 혐의로 10억6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