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시흥시민들이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지역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흥시민들은 레미콘 공장 설립을 반대하면서 지난 3일, '반대 대책위'를 결성한 뒤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레미콘 설립 예정지(시흥시 하중로 55-16) 주변 매화·신현·장곡·연성·능곡동 주민들로 구성됐다. 이들 주민들은 대책위를 결성하기 전, 시흥시민들을 상대로 반대서명을 받았다. 서명을 시작한 지 3일만에 시흥시민 1만5천여 명이 서명했으며, 네이버에 밴드를 개설하자마자 회원 가입자가 1천 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대책위는 시흥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레미콘 공장 설립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선언하며,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레미콘 공장 설립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분진으로 인한 공기오염과 오·폐수 방출로 인한 수질오염, 레미콘 차량 운행으로 인한 교통난, 이로 인한 재산가치 하락이 우려 된다는 이유다.
대책위에 따르면 공장을 설립하려는 사람들은 시흥 토호들이라는 것.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설립자측은 시흥을 이끄는 지도자들"이라며 "(이들이)경제논리만 생각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시흥시 지도급 인사가 설립자들이란 제보도 있었다. 제보자들은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 모두 신분이 노출되는 걸 꺼려했다. 시흥 주민 A씨는 "움직이는 사람들(설립자 측)이 거물들이라 주민들 힘으로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흥주민 B씨는 "시흥 지역 언론계, 정계 인사들까지 개입돼 있어, (막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설립자 측인 (유)청보기업 윤아무개 대표에게 3일 오후,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윤 대표는 "나중에 전화 주세요, 내일 전화 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다른 시흥시민에 따르면 윤 대표는 시흥 토박이 주민으로 농협이사이며, 2013년 농협조합장에 출마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아무개 전무도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는 시흥 주민이라고 한다. 이 밖에 공장 설립에는 시흥지역 언론·정계인사 등 3~4명이 더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물들이라 주민들 힘으로 막기 어려울 것"
권석종 주민 대책위 대표에 따르면 레미콘 공장 설립 예정지는 시흥 9경에 속하는 염전 허사계, 물왕 수주영, 호조 추야수, 관곡지 연향, 연꽃 테마파크 등이 있어 경관이 화려한 곳이다. 호조 추야수는 '햇토미'가 연간 5500톤 생산되는 시흥의 곡창지대이며, 관곡지 연향과 연꽃 테마파크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관광지다.
권 대표는 "이러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생명도시 시흥'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전국 어디에서나 민원이 야기되는 레미콘 공장 설립은 어불성설"이라며 "설립자 측이 한 번 더 생각 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시흥시는 해당 기업의 레미콘 설립허가서를 주민들과의 원만한 합의 유도 등의 명목으로 반려한 상태다. 그러나 설립 요건을 갖춰 '공장등록신청'을 하면 결국 받아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건축허가가 나면서 교통, 환경 등 조건 갖춰지면 '공장등록신청' 할 것이고, 기준에 미달되지 않으면 할 수밖에(신청 받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흥시 관계자는 "기업지원과와 협의를 해서 건축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태학 시흥시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윤 의장(새누리당)은 반대 주민들이 협조를 요청하자 "여러분이 뽑아줬으니 당연히 반대해야 하겠지만, 법을 지켜야 할 의원이 합법적인 공장 설립인데 무조건 반대하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반대 주민들은 기자회견 직후 시흥시장실과 시의회 의장실을 방문, 기자회견문과 반대 서명지를 전달하며 면담을 진행했다. 김윤식 시장은 마침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다. 주민들은 비서실장에게 "시장님이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말씀이 없다" 며 "찬반 입장표명을 하루빨리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 시흥시(갑) 당원협의회는 9월 1일 '생명도시 시흥의 환경을 파괴하는 레미콘 공장설립'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원협의회 측은 "생명을 가꾸는 호조벌, 연꽃테마파크, 갯골생태공원과 가까운 하중동에 레미콘 공장이 설립될 경우 시흥시의 자연환경은 많은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레미콘 공장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힘을 합쳐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