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인 '수빈 엄마' 박순미씨는 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가족합동기림상' 행사에서 실종자와 그 가족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다음은 박씨가 읽은 편지 원문이다.실종자와 가족들에게.
아직도 맹골수로에 빠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지난 4월은 우리 모두에게 처절한 한 달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연약하고 불쌍한 우리 유가족은 10명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아직도 가족 품으로 그 흔적이나마 돌아오지 못하고 그 차가운 바다 속 어두운 곳에서 울고 있나요.
가족들은 당신과 이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애끊는 긴장을 숨죽이며 살아도 산 게 아닙니다. 심장이 뛰는 국민들도 양승진 선생님과 고창석 선생님이나 아빠이신 권재근님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서 제대로 된 이별을 하길 원하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바다를 박차고 나오지 못합니까. 먼저 나온 희생자들이 기다립니다. 비록 영혼이나마 아름다운 만남으로 함께 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안산 단원고 유가족은 여러분 열 분 모두 돌아오면 해야 할들이 많습니다. 생과 사의 이별식을 국민들과 함께 준비하고, 눈물로, 그리움으로 아픔과 희망으로 준비하려 합니다. 그 희생이 진실 되도록 그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밝히고, 영원히 잊지 않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깊은 바다를 박차고 저희에게 잠깐 돌아와 주세요.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는 실종 가족 여러분, 오늘은 국민의 명절 추석입니다. 죄송합니다. 유가족인 저희는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무엇이 천금 같은 자식을 잃은 저희가 죄송해야하는 세상을 만든 건지 저희는 밝히려 합니다. 그 많은 희생자를 만들고 아직도 지독한 시간을 만들게 한 의혹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히려고 합니다. 그것만이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역할이기에, 그것을 국민과 함께 하려 합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으로 불리는 우리가 같은 아픔으로 고통 받고 지쳐가고 있으매 우리는 가족입니다.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끝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 애타는 눈물, 곁에서 닦아주지 못해서. 그러나 한 가지. 저희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은 여러분을 한 시도 잊은 적 없으며, 끝까지 싸우고 여러분과 함께 라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금 저희의 간절한 소망은 여러분과 같은 자리에서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대응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잘 견뎌주셔서. 그리고 가족을 그리는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자식을 먼저 보내고 자식 영정 앞에 음식을 놓아야 하는 비통한 부모가 진도에 계신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014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