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단원고 허다윤양에게 두 살 위 언니가 있다. 8월 중순까지 진도를 지키던 언니 서윤씨는 대학 개강에 맞춰 안산에 올라갔다가 추석을 앞두고 다시 진도를 찾았다. "명절 때 먹는 맛살·소시지 꼬치를 좋아했다"는 동생을 위해 언니는 이번 추석에도 맛살과 소시지를 정성스레 꼬치에 끼워 소박한 상을 차렸다. 언니는 추석 다음 날인 9일 다시 안산에 올라갔다. 진도를 떠나기 전날 밤, 언니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동생에게 전하는 편지를 썼다. 노란 편지지 두 장 분량의 편지에는 동생이 어서 돌아오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언니는 노란 봉투에 편지지를 담아 팽목항에 있는 '하늘나라 우체통'에 담았다. 언니 서윤씨가 하늘나라 우체통에 편지를 담기 전, <오마이뉴스>에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아래는 편지 전문이다. - 기자 말
내 동생 다윤이에게♡
다윤아~ 언니가 또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깜비(다윤양이 기르던 강아지-기자 주)랑 안산에서 지내다가 추석에 다윤이 보고 싶어서 진도에 내려왔지~ 안산에 있으면 깜비랑 너보러 화랑유원지(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기자 주)도 가고. 깜비도 정말 좋아해!!
다윤이도 깜비랑 가족들 많이 보고싶지? 언니도, 가족도, 친구들도 모두 다 다윤이 기다려ㅠㅠ 추석되면, 다윤이가 맛살이랑 소시지랑 꼬치에 껴서 구워먹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언니가 여기 식당에서 조금 가져와서 너 먹으라고 상 차려놨다. 언니 착하지? 왜 평소에는 잘해주지 못했는지. 진작 잘해줄 걸 그랬어ㅠㅠ. 언니는 항상 뭐든지 후회하네…. 너무 보고싶다. 어렸을 때 다윤이랑 언니랑 '우리 크면 하고 싶었던 것'들 많이 약속했는데, 그렇지? 언넝 와야지 같이 하지!!
아. 맞다, 그리고 네가 비스트 좋아한다고 해서 ○○이가 (비스트) 사진 찍어서 언니 줬어~ 얼른 와야 그것도 보지 이것아ㅠㅠ 엄마, 아빠도 너 맞을 준비 다 해놨어~ 깜비도 항상 기다리고, 어렸을 때 ○○○교회 다닐 때 친했던 언니·오빠들도 많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 어서 돌아와. 그 차가운 곳에 있지 말고. 언니는 아직 다윤이가 살아있는 것만 같고, 항상 곁에 있는 것 같고, 집에 있으면 학교·학원 끝날 시간에 네가 문 열고 들어올 것 같고ㅠㅠ
진짜 이젠 내 동생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싫어. 믿을 수도 없고, 믿기도 싫고. 언니는 너랑 어렸을 때부터 한 모든 것들, 같이 밥 먹은 것, 같이 잔 것, 공부한 것, 놀러간 것 모두를 잊을 수 없다. 사진으로도 간직해놓고. 그냥 계속 함께 있자~ 정말 사랑해♡
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놀이동산도 둘만 가고, 더 좋은 곳도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언니 노느라, 친구 만나고 그러느라 바빠가지고, 아니 바쁜 것도 아니지 나만 노는 데 정신 팔려서 너랑 좋은 시간 보내지 못하고, 그래서 너무 후회돼. 다시 시간을 돌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면 더 잘해주고 더 많이 신경쓸 텐데…. 너무 후회된다. 더 잘해주지 못한 게ㅠㅠ 너무 보고싶다, 언니가. 장난치고 그랬던 것도 (네가) 좋아서, 귀여워서 그랬던 것 알지?^^*
그리고 내 동생 언니 꿈에라도 나와!! 보고싶어ㅠㅠ 어디 무인도나 길을 잘못가서 다른 외딴섬에 여행하는 거 같기도 해. 그래서 못나오나 그런 생각도 해봤다. 이제 생일도 곧 다가오지 내 동생~ 네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 언니가 사줄게. 내 동생이 좋아하는 깜비한테 선물하면 내 동생도 좋아하겠지? 내 동생이 주고 간 큰 선물이라 생각하고 네 생각하면서 깜비 건강도 챙기고, 우리 가족도 지키고 잘할게!!
너도 어디서든지 엄마, 아빠, 언니, 깜비 다 지켜보기!! 엄마 아픈 거 알지(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다-기자 주)? 더 걱정시켜드리지 말고 빨리 오세요 내동생~ 엄마, 아빠, 언니, 깜비가 너 엄청 사랑해!♡ 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해 알지?
사랑하는 내 동생 허다윤♡♡ 또 쓸게^^!
2014년 9월 8일 월요일
다윤이를 사랑하는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