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 관여, 대선 개입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서울중앙지법이 "정치행위는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의 안대를 벗기고 양손에 든 칼과 정의의 저울을 내팽개친 '코미디'같은 판결과 다름없다.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PC방 폐인들처럼 몰래 야당 후보를 음해하는 글을 쓰고 앉아 있던 것도 대한민국 정치는 물론이거니와 정보기관 수준에 먹칠하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개콘 유행어처럼 "누가 봐도" 한쪽 편 상처주려 온갖 잡스러운 글들을 올리고 퍼나르던 행위를 두고, 정치행위는 유죄인데 선거운동은 아니니 무죄라는 법원의 판결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판단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터 국정원이 선거운동을 하는 집단이었나.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았으니 무죄라고 한다면 국정원이 특정인을 대놓고 선거 운동을 해도 된다는 뜻인가. 이 궤변의 저울을 정의의 판결이라고 포장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정원의 망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선거에 개입해 특정 결과에 영향을 주려던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은, 땅에 내동댕이쳐진 유스티치아의 칼을 국민이 다시 들어 사법부에 겨눌 수밖에 없는 심각한 대국민 테러 행위가 분명하다.
도대체 그들이 섬기는 정의의 여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이 섬기는 칼은 누구를 향하는 것이며 그들이 저울질하는 정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저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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