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정치개입은 유죄, 대선개입은 무죄' 선고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항소했다.
검찰은 수뇌부에서 이 사건 항소 여부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선 수사팀은 항소이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항소 제기 기간이 선고일(11일)로부터 7일임을 감안할 때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한다면 16일 또는 17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18개 시민단체는 15일 오후 검찰의 적극적인 항소를 요구하는 항소촉구서를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보냈다.
1심에서 원 전 원장 측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처음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이동명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게시글을 직접 작성하고 그 중 일부 내용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국정원장이 지시하고 공모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시공모의 핵심이 회의 시간에 한 지시·강조말씀인데, 그러면 공공연하게 회의 시간에 범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인가, 그건 넌센스"라며 "그 부분을 항소심에서 다퉈보겠다"고 말했다.
검찰 "순리대로 처리"... 16~17일 항소장 제출할 듯검찰이 항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통상 어떤 사건이든 즉시 항소하지 않고 마감 2~3일 전에 낸다"며 과잉 반응을 경계했다. 수사와 공판에 관여했던 수사팀 관계자는 "순리대로 처리될 것으로 본다"며 "이달 중에 항소이유서의 틀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소를 위해서는 7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담은 항소이유서는 항소법원이 기록을 송부받은 이후 20일 이내에 내면 되므로 통상 한달 이상의 시간이 있다.
검찰의 항소 여부와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항소 이유다. 통상 항소 이유는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양형부당 세가지로 정리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은 세가지 모두 제시할 여지가 있다.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너무 적다고 주장할 수 있고(양형부당), 공직선거법 무죄 부분에 대해서도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고 다툴 수 있다(법리오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트위터피드를 사용한 계정에 대해서도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법정에서 좀더 따져볼 수 있다(사실오인).
그런데 만약 검찰이 항소하면서 선거법 부분은 다투지 않고 양형부당만 주장할 경우 무죄가 난 부분은 다시 유무죄를 가리기 힘들어진다. 반면 양형부당 뿐 아니라 법리오해와 사실오인을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선거법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적용 법조에 기존 85조 뿐 아니라 86조를 추가할 수도 있다(관련기사 :
'찜찜한 유죄'... 선거법 85조 아닌 86조였다면?). 결국 검찰의 항소 의지는 항소장 제출 뿐 아니라 항소 내용에도 달려있다.
한편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흥사단 등 18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1시30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적극 항소를 압박했다. 이들은 항소촉구서를 통해 "만약 검찰, 특히 검찰 지휘부가 법무부나 청와대의 의중을 고려해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다면,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도 민주주의와 사법정의 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이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국민의 검찰인지 아니면 집권세력의 의중을 살피는 '권력의 하수인'인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대검 민원실을 통해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항소촉구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