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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의 모니터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체육관에 실종자 권재근씨, 권혁규군이 담긴 그림이 놓여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의 모니터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체육관에 실종자 권재근씨, 권혁규군이 담긴 그림이 놓여 있다. ⓒ 소중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을 외면해 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랜 침묵을 깼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54일째인 이날 박 대통령은 야당과 유가족들의 '항복'을 사실상 요구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여야의 '재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여야 대치 정국이 더 꼬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작심한 듯 세월호 특별법 협상 파행으로 인한 정국 마비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유가족과 야당의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다"며 "이런 근본 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한 유가족 마음 담아야"... 박 대통령의 편가르기

박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은 수사권·기소권 요구가 유가족들의 뜻이 아니라 외부세력의 국정 흔들기용이라는 여권 내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순수한 유가족'이라는 표현으로 유가족 내부를 편가르기 하면서, 그 중 일부가 야당 강경파와 외부세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필요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도 유가족들과 크게 차이가 났다.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검찰 수사 등으로 사고 원인 규명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대부분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저는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청와대에서 유족들과 만나 그 분들의 어려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바탕 위에서 진상규명을 하면서 많은 관계자들이 문책을 당했고 드러난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진상규명이 아니라 드러난 문제를 고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대신 국가안전처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등 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추진하는데 국회가 협조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청와대의 초동 대응 및 구조 실패 원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등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은 여전히 외면했다.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 공개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특별볍과 관련해 여야의 재합의안이 청와대가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며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보상 처리를 위한 노력에 시급히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당에는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야당과 유가족들의 굴복을 요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언급을 내놓은 것은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이지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해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라며 "만약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 유가족을 향해 '양보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특히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 등 야당이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져들면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정기국회 이후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야권 반발... "국회 정상화 더 어려워졌다"

야권은 일제히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함으로써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물론 국회 정상화도 더 어렵게 되고 말았다"라며 "(박 대통령의 세비 반납 발언에서는) 10월 유신으로 국회를 해산한 박정희 대통령의 서늘한 기운이 여의도까지 느껴진다"고 밝혔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의무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날선 지적은 국회를 향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제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고,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3권 분립 운운하면서도 국회에 2차 협상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3권 분립의 원칙을 깨버렸다"고 비판했다.


#박근혜#세월호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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