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 없는 자가, 양심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작은 상인회에서도 비리를 저지르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김문기 총장이 먼저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고, 교육부도 이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함께 해결에 나서야만 합니다." 16일 오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 마이크를 잡은 임승헌 경기대 총학생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 옆으로는 경희대·고려대·서울대·서강대 등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대학 공공성 훼손한 상지학원 이사회와 교육부는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사학비리로 퇴출됐던 김문기 전 이사장이 지난 8월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해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전국 21개 대학이 모인 '상지대학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 총학생회(대표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총장 즉각 사퇴와 이사회 전원 퇴진 등을 촉구했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교육 현안에 주목해 연대체를 구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서울대 총학생회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추석 연휴 전 이현석 서울대 총학 연대사업국장이 강원 원주시 상지대를 찾아가 상황을 파악한 뒤,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 타 대학 총학생회에게 알린 것. 1주일 만에 20여개 대학이 동참 의사를 밝혔으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전국 총학생회 연대를 주도적으로 이끈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상지대 사태는 대학 전체 공공성의 문제로, 제안한 사람이 없었을 뿐 얼마든지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문제였다"며 "지금 모인 20여개 총학이 먼저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행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학비리 표상인 김문기 복귀는 대학 전체의 문제"
총학생회장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학비리의 상징이자 부정 편입, 투기 등을 일삼은 김문기 전 이사장은 교육기관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라며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를 그대로 둔다면 제2, 제3의 김문기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현 사태를 야기한 이사회도 전원 퇴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 한 차례도 현장조사나 실태 파악을 실시하지 않으며 이를 수수방관한 교육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사학인) 경기대에서는 제2의 상지대 사태가 벌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처럼 상지대 문제는 결코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총학생회는 상지대 학생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지대 총학생회는 총장 선임에 반발해 지난달 17일 밤부터 31일째 총장실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윤명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매일 20여명씩 돌아가며 농성하는데도 교육부는 사태를 수수방관 중이다"라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로, 어제 집회에도 800여명이 참여하는 등 김문기 전 이사장 복귀에 대한 학교 내부 비판 여론이 뜨겁다"고 말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사학비리 1호'로 교육계에서 퇴출됐던 인물로, 부정입학 등으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를 받아 총장으로 선임된 그는, 교육부의 자진사퇴 권고와 학내외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있다(관련기사:
'사학비리' 김문기 총장 복귀...상지대 학생들 점거 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