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내가 봤을 때 대체로 혼자 있는 이들이다. 외로워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여행을 오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혼자 있고 싶어서 여행을 오는 경우도 있다. 핵심은 혼자다. 아니면 잘해야 지인 한 두 명 정도를 동행하는 정도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여행의 참맛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혼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 주 전 내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 중에 놀랍게도 신혼부부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은 배우자가 있더라도 보통 혼자 온다. 그런데 이 맹랑한 부부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알고 보니 이 부부는 결혼 5개월 차에 접어드는 말 그대로 깨소금이 쏟아지는 신혼부부였다. 남편은 복학생 오빠, 부인은 새내기 신입생으로 처음만나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우다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보기 예쁜 커플, '착한 결혼'을 꿈꾸다함께 얘기를 나누고 술을 나누면서 든 부부가 아니라 커플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부부와 커플의 차이란 혼인의 여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기인한다.
슬픈 사실이지만 한국사회의 많은 부부들은 연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긴장감이 없고, 불같은 사랑도 찾기 힘들다. 그저 정으로, 의리로, 자녀 때문에 살아간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허나, 그 부부는 아직도 연애를 하고 있었다. 부부 사이에 참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연애, 정치, 문화, 음식 갖가지 주제에 대해서 부부는 쉼 없이 떠들어 댔다.
다른 게스트들이 듣지 않으면 부부가 서로 떠들었다.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았다. 나는 저들이 행복하고 있음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말이 많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어떤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이 없는 커플은 사실상 끝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단막극이 아니라 엔딩을 알 수 없는 대서사시다. 끝없는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고 때로는 시트콤처럼 재치가 있기도 한 거대한 드라마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 부부는 분명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현재 그들은 착한웨딩도우미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업체들의 장삿속으로 얼룩진 허례 가득한 결혼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의식을 할 수 있도록 착한가격과 멋진 분위기를 동시에 얻는 새로운 솔루션이다. 결혼에 대해서 대체로 회의적이던 나도 솔깃해졌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만큼 파격적이고 또한 매우 신선했다.
그들은 축제 같은 결혼식을 했고, 계속해서 연애 같은 부부생활을 진행 중이다. 그들의 부부생활을 진정으로 응원한다. 때로는 부부싸움하고 내 게스트하우스로 와서 하소연 하는 일마저도 기다려질 만큼 말이다. 무엇보다 당신들은 지금 무척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