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미국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시위대를 만나 곤혹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은 같은 당 김을동 의원과 함께 지난 20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올림픽가에서 '제41회 LA한인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카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나경원 의원은 '그랜드 마샬'로 선정됐다. 유명 인사 중에서 뽑히는 그랜드 마샬은 퍼레이드 선두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아이디 '낮은자리에서'가 인터넷사이트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올린 글과 <뉴시스> 보도 등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은 지붕이 없는 퍼레이드 차량에 올라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그는 30분간의 퍼레이드 동안 거리에 나온 교민 등 시민들을 향해 연신 "한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등을 외쳤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은 곧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수사권·기소권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나경원 의원이 탄 차량을 쫓았기 때문이다. 나 의원이 탄 차량이 천천히 운행됐기 때문에, 시위대는 퍼레이드 내내 나 의원이 탄 차량을 따라갈 수 있었다.
시위대는 나 의원에게 "뭘 잘하겠다는 거냐"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떻게 된 거냐" "304명의 희생자에 대해 아직도 밝혀진 게 없는데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나경원 의원은 "아까 대답하지 않았느냐" "알겠다, 잘 하겠다" 등의 답변을 내놓으며 진땀을 흘렸다.
'낮은자리에서'는 "(나 의원이) 괜히 미국에 와서 '멘붕' 경험이지요, 제41회 퍼레이드는 마치 세월호 특집 퍼레이드가 된 듯하다"라고 평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펼침막을 들고 나온 한아무개씨는 "시위는 이미 SNS에 예고된 것이었다"라면서 "보수단체의 맞불 시위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조용했고 시민들도 수고한다고 격려해서 시위가 한결 쉬웠다"라고 전했다.
나경원 의원이 곤혹을 치른 것을 두고 온라인 공간에서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 이용자 'kunh****'은 "사진을 대충 봤을 땐, 차에 세월호 현수막을 달고 다니는 줄 알았다"라고 전했다. 트위터 이용자 'ghk**'는 "(나경원 의원은) LA 한인축제 카 퍼레이드를 하다 졸지에 '세월호 특별법' '박근혜 퇴진' 시위 주동자가 돼버렸다"라고 지적했다.